수몰민들의 상처와 치유
수몰민들의 상처와 치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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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들의 수세식 화장실을 위해 조상대대로 이어온 생활터전을 물에 잠기게 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존기반을 빼앗아야 하는가. 어려운 문제다. 댐 건설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이자. 도시 문명과 수세식 화장실을 넘어서는 생존의 문제다. 이에 대한 답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사회가. 댐 건설의 중요성만큼이나 수몰민들의 삶과 상처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보고 치유의 방법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1983년 충주댐 건설로 이주자들을 내었던 곳은 충주와 제천과 단양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이주자가 생긴 곳은 충북 제천으로 1만8693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이들 가운데 많은 가구가 도시 지역으로 이주한 것을 감안한다면. 이주자들에게 생활의 터전을 잃어버린데서 오는 심리·문화적 충격과 생계의 유지에서 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제천시 한수면에는 이들 수몰민들이 500여명 모여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조촐한 친목 행사로 비쳐졌지만. 실향의 아픔을 생각하면 그냥 보아 넘기기 어려운 만남이었다. 정치권력의 힘이 국민적 저항을 압도했던 시절에 이뤄진 수몰과 이주는 수몰민들에게 심각한 박탈감과 감정정체를 주었다. 23년이 흘러버린 지금에도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 댐 건설과 같은 굵직한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서 공론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었다.

1980년대처럼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시민들의 권리를 자의적으로 침해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수몰민들의 상처와 그 치유에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성숙한 사회라 할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들의 억압적 시민교육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이주에서 수몰민들은 생존을 위해 표출해야 했던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치권력의 댐 건설의 의사결정 과정과 이주 이후 수몰민들의 생계와 정신적·물질적 손실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수몰이주민들이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은 결자해지의 원칙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이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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