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05>
궁보무사 <10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기가 아니라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할 따름이옵니다."
오근장의 최후

"왜 대답이 없는가 내가 너에게 묻지 않았느냐 네가 과연 진짜 명기냐 사내의 그것을 받아들여가지고 기가 막히게 꼭꼭 조여주고 잘근잘근 속으로 깨물어도 준다는 명기냐"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오근장 성주의 얼굴은 이곳으로 오기 전에 가볍게 술 한 잔 걸쳤는지 팥죽을 얼굴에 뒤집어 쓴 듯 온통 붉으죽죽해 보였다.

"성주님! 저는 명기가 아니옵니다."

양지는 고개를 살짝 위로 들어 올리고는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소리 내어 대답했다.

"어허허! 요 계집 봐라. 명기라고 해서 대접받으며 찾아온 주제에 감히 아니라고 대답을 하다니. 너 지금 나하고 농담을 하자는 게냐 그렇다면 네가 어떻게 명기라는 소문이 났느냐 그게 정녕 헛소문이란 말이냐"

오근장이 양손에 들고 있던 죽지유(竹脂油) 가죽주머니와 황금 사발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는 몹시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양지에게 물었다.

"헛소문만은 아닐 것이옵니다."

"그러면"

"그저. 저는…. 남자랑 눈이 맞고 배가 맞아 부득이 그걸 서로 맞춰 보게 될 때에. 성심성의껏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기만 할 따름이옵니다."

양지는 이렇게 말하고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옆으로 살짝 돌렸다.

물론 이것은 평소 오근장 성주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부용아씨가 양지에게 가르쳐줬던 말을 그대로 따라서 한 것이었다.

"하하하! 퍽 얌전하게 말하는 폼이 내 맘에 썩 드는 구나. 어 어라.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 명기치고는 생긴 쪽이 제법 반반하구나. 대체 금년 나이 몇 살이나 먹었는고"

"열여덟 살이옵니다."

"그래 하하하……. 그러면 아주 싱싱한 나이에다가 남자도 제법 알만큼은 알겠구나."

오근장 성주는 이렇게 말을 하고나더니 갑자기 솥뚜껑만큼 커다란 손을 쑥 내밀어가지고 덜덜 떨고 있는 양지의 두 뺨과 입술 언저리를 이리저리 어루만져 보았다.

양지는 바짝 긴장을 하였다. 이렇게 얼굴을 만지는 것까지는 좋으나 놈이 흥분을 한 나머지 갑자기 밋밋한 자기 두 젖가슴 쪽에 손을 댄다거나 두 다리 사이의 좁은 골짜기를 확인하려고 든다면 큰 낭패이자 결정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오근장 성주의 손길은 양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는 선에서 끝이 났다. 자기 딴엔 어차피 먹게 되는 거 조금이라도 따끈하게 뜸을 더 들이고 난 후 느긋하고 맛있게 먹어보려는 수작임에 틀림없었다.

"너 이게 뭔지 아느냐 설마 모른다고하지는 않겠지"

오근장이 갑자기 죽지유 가죽 주머니를 번쩍 들어가지고 양지 코앞에 들이대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어렵사리 구해갖고 온 것인데 모를 리 있겠사옵니까"

양지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래 그럼 이게 무엇이냐 네가 네 입으로 직접 설명해 보거라."

오근장 성주가 여전히 미심쩍어하는 얼굴로 다시 물었다.

"죽지유(竹脂油)라고 하는 것이옵니다. 건장한 사내의 그것 위에 만약 이걸 찍어 바르면 마치 대나무가 세워져있는 것처럼 오랫동안 빳빳하게 되어지지요."

양지가 덤덤한 표정으로 아주 침착하게 다시 대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