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봉인가
아이들이 봉인가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10.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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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부부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어린이집을 포함한 유치원, 아동센터 등의 급식문제가 심심찮게 터져나온다. 유통기간이 훨씬 지난 부식 재료를 사용하는가 하면, 위생상 음식 보관이나 처리, 세척 등의 관리도 엉망이란 지적이다.

특히 단체급식소를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경우 급식문제가 해를 거르지 않고 터져나오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 올 한 해만도 전국의 72개 보육시설 단체급식소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보관하다 식품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에 어린이집이 9000여 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적은 수치에 불과할지 몰라도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급식으로 적발된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히다. 어린이집 급식 냉장고에는 1년 2개월 지난 유부초밥과 떡을 보관해 온 곳도 있고, 358일 지난 치즈, 324일 지난 건포도, 9개월 된 베이컨, 7개월 된 유부, 180일 지난 땅콩 등도 나왔다고 한다.

냉장고가 발달돼 어느 정도 식품의 안전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시대라지만 성인이 먹어도 탈이 날까 두려운 음식들이 겨우 걸음걸이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제공된 것이다.  

인지능력이 부족하고 보호대상인 어린아이들에게 상했거나 상할 우려가 있는 음식을 먹인다는 것은 소명의식도 없고 교육자로의 자부심도 내팽개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한 행태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더구나 교육자로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어린아이의 먹을거리를 담보로 버젓이 불법을 저지르는 행위는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어린이집의 위생기준 준수가 중요함에도 20만원, 30만원 등 쥐꼬리 과태료 부과에 그치고 있다. 정원이 50명 미만 어린이집은 그마저 식품위생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고 있어 문제에 문제를 낳고 있다.

원장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어린이집 내부문제가 밖으로 드러난 것은 불과 몇년이다. 그나마 해당 어린이집 교사들의 양심고백에 의해서다. 급식문제가 불거지자 식품당국에서 현장 실태조사에 나섰고, 인터넷 공간에서 원장과 교사와의 공방전으로 비쳐졌던 실태가 비로소 밝혀진 셈이다.

정부 당국이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있지만 워킹맘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예고된 상황에서 당국에 걸려든 어린이집의 실태가 과연 정확한 실태냐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적발되지 않았다고 안전한가 하는 의문에는 정부도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가 없는 처지다.

이처럼 소규모 보육시설이 대부분인 어린이집은 감독 관할조차 모호한 교육기관인 것이다. 어린이들의 건강과 영양을 관리할 전문 영양사도 없고, 단체급식소 신고대상에도 속하지 않는다. 수요자들이 어린아이라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대충 넘기려는 어린이집이야말로 복지 사각지대다. 사회적 파장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당국이 칼을 빼들기 전까진 문젯거리도 흐지부지 넘어가기 일쑤다.

결국 미진한 정책과 제도로 인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떠받드는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접하고도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보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정부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저출산을 막아보겠다며 갖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 저출산을 막기 위해선 아이와 부모를 봉으로 보는 기관이 아니라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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