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운동의 성과와 한계
매니페스토 운동의 성과와 한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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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기간 동안 시민단체가 주력한 대표적인 운동은 매니페스토 운동이다. 충북지역 23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5·31지방선거충북연대'는 정책공약 평가단을 구성하여 광역 및 기초단체장 출마 후보의 공약을 평가하였다. 평가는 경제개발, 행정의정, 환경농업, 여성, 문화, 사회복지, 교육 등 7개 분야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각 분야별로 상위 10%를 좋은 공약으로, 하위 10%를 나쁜 공약으로 선정·발표하여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고자 하였다.

이 매니페스토 운동은 몇 가지 점에서 선거문화를 바꾸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우선 이 운동을 통해 정책선거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민단체 뿐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까지 나서서 매니페스토 운동을 주창함에 따라서 후보자들이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헛공약을 남발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많은 후보들은 현실성 있는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았다. 둘째 이와 연계되어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퇴조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각종 흑색선전이나 인식공격이 다른 선거에 비해서 줄어들었으며, 후보자간 정책토론회도 개인의 신상을 둘러싼 설전보다는 정책적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셋째, 당선된 사람들이 향후 공약을 어떻게 이행해 가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가 이 운동으로 인해 마련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여러 가지 한계도 동시에 노정하였다.

첫째로 대대적인 홍보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이 제출한 공약이 매니페스토 운동에 값하는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스마트와 셀프 지표에 의해 평가한 전체 후보자들의 공약 평균 점수는 200점 만점에 99점으로 낙제점에 가까웠다. 이는 후보자들이 목표, 예산 계획, 기간, 우선순위 등을 고려한 구체적인 공약을 생산하는 능력이 크게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로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선거법상의 제약으로 인해서 이 운동이 후보자들의 당락에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유권자들의 32%만 매니페스토 운동을 인지하고 있었다. 또 좋은 공약을 다수 발표한 후보가 낙선하고 공약평가에 전혀 응하지 않은 후보가 다수 당선되는 등 이 운동이 실제 후보자의 당선에 끼친 영향은 미미하였다. 결국 후보자간에 상대비교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갑)후보의 전체 공약 중 3가지는 좋은 공약이고 3가지는 나쁜 공약이라는 식의 공약 평가 결과가 유권자의 선택에 유의미한 정보 구실을 못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매니페스토 운동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좋은 공약=좋은 후보'의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약은 후보자를 선택하는 다양한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업무 수행 능력, 후보자가 속한 정당 등 수많은 요소가 총체적으로 고려되어야 우리는 비로소 좋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공약 검증이나 평가 운동 외에 지지 당선 운동이나 낙선 운동 등 다양한 선거참여운동이 가능해야 한다. 정치적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서는 공익적 시민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선거 시기 다양한 유권자운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폭넓은 자유를 보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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