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유감
소규모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유감
  • 홍영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충북지도원 건설인증팀
  • 승인 2011.10.03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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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칵테일
얼마 전 청주시 외곽의 소규모 집단 건설현장(단독주택, 원룸 등 근린생활시설현장)에 안전점검 및 추락재해예방 캠페인을 간 적이 있었다. 현장에는 대부분 10명 내외의 근로자들이 벽체 또는 미장, 조적 등 작업을 하고 있었고, 현장에 접근해 추락방지 시설에 대한 조언과 정리정돈에 관한 당부를 목적으로 잠시 동안(길어 봐야 5분 정도) 모여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갑자기 상부에서 공사에 사용되는 각목이 주변에 낙하하기 시작했고 욕설을 포함한 고성이 들려 왔다.

물론 소규모 건설현장의 공사 상황이 열악하고 취약하리라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적잖이 당황하고 곤혹스럽기까지 했다.

왜 우리(정부)의 안전조언에 이렇게 반감을 가지고 대항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2~3년 전까지는 소규모(대략 10억원 미만 공사) 공사현장에 대한 정부의 안전간섭이 거의 전무한 상태로 방치됐다는 점이다. 소규모 현장은 우리 충북지역만 해도 연 2만~3만 건이 발생되고 있으며, 그동안 이를 관리감독할 인력과 제도가 절대적으로 미비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소규모 건설현장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고, 우리 충북지역만 해도 작년 건설재해 1034건 중 65.8%인 680건이 이곳에서 발생해 그 손실은 막대하다 할 것이다.

소규모 건설 현장의 기초적 안전조치인 추락방지시설(비계, 작업발판, 안전난간대)은 거의 전무인 상태에서 근로자들은 기본적 개인보호구(안전모, 안전화, 안전대)의 미착용 상태로 아슬아슬한 작업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많은 재해가 발생한다는 건 자명한 일이 아니었을까?

최근 들어 정부도 이러한 방치상태를 방관할 수 없어 4000만원 이상의 소규모 건축현장 산재보험가입을 적극 확인하고, 민간재해예방전문기관의 안전관리 위탁계약, 안전보건공단과 건설현장지킴이의 감시활동, 그리고 고용노동부 감독관에 의한 현장점검을 지난해부터 대폭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운 좋으면 그냥 대충대충 공사를 마무리하거나, 운이 나빠 사고가 발생하면 소급해서 산재처리하거나 재해자와 적당히 합의하면 될 일이 사전예방점검과 캠페인으로 강화되고 있으니 얼마나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웠기에 그러한 반감과 저항으로 표출하지 않았나 유추해 본다.

그러나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환경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 이미 도래했다. 무역대국 10대 강국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국제무대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은 날로 상승하고 있는데 우리의 산업재해 발생현실은 아직도 0.7%에 머물고 있은 지 10여 년이 되고 있다는 어두운 사실이다.

그러한 산업재해의 주 원인이 소규모 건설현장이라는 데 다시 한 번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 할 문제이다. 정부만의 공권력과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할지라도, 공사를 시행하는 건설업자와 건축주의 협조와 현장근로자들의 인식이 전환되지 않는 한 선진국 수준인 0.5% 미만의 재해율에 접근하는 것은 요원 할 뿐이다.

정부는 지난 5월19일 이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현장점검 시 각종 안전조치위반의 경우 즉시 과태료부과 및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병행해 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전면 또는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실시하고 있다.

이제는 그럭저럭 대충대충 안전설비를 형식적으로 설치하고 보호구 미착용상태에서 현장안전관리 없이 요행으로 공사를 마치겠다는 관행은 물 건너 갔다는 이야기다. 또 얼마의 안전관리비를 아껴서 적당히 이익을 남기겠다는 이해타산은 빨리 벗어나야 할 일이며, 안전은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자세의 전환과 체질개선이 요구되는 현실이 눈앞에 와 있는 것이다.

정부와 안전보건공단 기타 관련유관기관은 지속적으로 홍보와 계도, 점검과 지원을 계속할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건설현장 건축주와 업체, 그리고 근로자의 자발적 호응이 산업재해 줄이기를 같이하는 동반자로서의 큰 의미를 가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모두 단속과 처벌만이 능사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진정한 안전의 의미를 자각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해 행복한 가정, 풍요롭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안전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되도록 같이 실천해야 한다.

최상의 안전보건 서비스가 말단의 소규모 건설현장에까지 제공될 수 있도록 서로가 관심을 가지고 챙겨주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안전풍토가 조성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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