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평가와 경쟁의 전면화
교원평가, 평가와 경쟁의 전면화
  • 허건행 <전교조 충북지부수석부지부장>
  • 승인 2011.10.03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교육 칼럼
2011 교원평가와 관련된 일련의 일정 속에 학교 공동체가 난리입니다. 평가시행으로 교사 간 갈등과 마찰이 있습니다. 고통도 따릅니다. 학교는 교사에 대한 학생, 학부모 평가를 제 일정에, 제 목표 비율에 맞추려고 재촉합니다. 그 과정에 편법, 비교육적 행동이 비일비재합니다. 교육적이어야 할 공간에 비교육적 행위가 노골적으로 일어납니다.

교사 간 상호 평가도 있습니다. 바로 동료평가입니다. 괴기스럽고 광포한 동료평가, 광기 어린 교사별, 학교별 차등성과급과 관련하여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일본군 장교가 영국군 포로에게 서로 뺨 때리기를 시킵니다. 포로를 마주 세우고 동료가 보는 가운데 말이죠. 처음엔 서로 살살 때립니다. 그러자, 일본군 장교가 ‘이렇게 때리는 거야’ 하며 뺨을 세게 후려치죠. 이에 눈물을 흘리며 동료의 뺨을 세게 쳐야 합니다. 서로 피가 날 때까지 입니다. 전쟁이라는 큰 폭력 속에 영화 속 장면은 또 다른 야만과 폭력의 절정이었습니다. 바로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짐승 같은 짓이었지요. 영화 속에서의 폭력은 그 당시, 그 상황 속에서만의 폭력으로 그쳤을까요. 아니면 현재 이 사회 속에서 기괴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진행 중일까요.

교원평가가 도입될 당시, 교원평가는 교묘한 위장의 탈을 씁니다. 교원평가로 ‘학부모들은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교육이 살아나서 사교육비가 줄어들고 부적격 교사도 가려내 퇴출함으로써 학교가 민주적 공간이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맞는지요. 교원평가가 학생, 학부모를 행복하게 한 정책인지요. 거듭 질문을 합니다.

교원평가의 본질이 무엇이기에 전교조는 온갖 비난 여론을 감수하며 교원평가 반대를 외치는지요. 소위 밥그릇을 지키려는 것 때문인지요. 아니면 교원평가, 일제고사, 차등성과급, 정보공시 등 학교시장화 정책이 결국 학교를 황폐화시키고 교육의 공적 기능을 말살할 것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일반 국민 다수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지요. 일제고사와 더불어 학부모를 우민화한 대표적인 정책임이 과정 속에서 드러났습니다. 교원평가가 교수-학습 방법 개선이나 부적격 교사 퇴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이 드러난 것이죠. 교원평가는 교육 3주체를 기만하는 정책입니다. 그렇기에 전교조를 포함하여 현장의 눈 맑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분노와 저항의 목소리를 냅니다.

그렇다면, 교원평가는 무엇일까요. 교원평가는 평가, 경쟁의 전면화라는 패러다임 속에 차별과 배제를 내면화시키고 교사를 억압, 통제하는 신자유주의 평가시스템입니다. 교원평가 속에는 신자유주의식 노동 관리의 특징이 빠짐없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교원평가는 사회양극화,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하여 온갖 사회문제와 끈 닿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교원평가와 일제고사가 학교현장에 안착된다는 것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평가와 경쟁의 늪에 깊숙이 빠진다는 것입니다. 더 본질적 문제는 평가와 경쟁을 통한 구조가 교육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 재생산된다는 것입니다. 승자독식구조, 학벌사회 등 불평등구조의 고착화라 할 수 있습니다.

공공성과 노동인권이 사멸된 평가 경쟁 구도 속의 사회에서 개인에 대한 평가는 가족 평가와 연결되고 그 책임은 온전히 개인과 가족으로 돌아갑니다. 공정이 아닌 차별과 배제가 사회를 지배합니다. 그러한 사회의 모습이 바로 현재와 같은 평가와 경쟁의 교육시스템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 구조 속에서 구성원 모두는 평가와 경쟁의 희생양입니다. 시장주의 망령이 학교를 지배하는 한 현실은 평가와 경쟁의 전쟁터입니다. 분노하고 저항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