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 윤병화 <세경대학 박물관큐레이터과 교수>
  • 승인 2011.09.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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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탄허대종사는 현대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승려로 유교, 불교, 선교를 아우르며, 불경의 어려운 뜻이 잘 통하도록 해석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독립운동가인 율재 김홍규 선생의 아들로 태어나 22세에 출가하기 전까지 기(氣)를 중시하던 기호학파의 성리학과 노장사상의 도학(道學)을 두루 섭렵하였다. 오대산 상원사에 입산한 후 월정사 주지, 동국대학교 대학선원장, 수원 용주사 동국역경원 초대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1983년 월정사 방산굴에서 법랍 49세로 입적할 때까지 끊임없이 선교일치(禪敎一致)를 주장하며, 불교의 대중화를 위하여 노력하였다.

이러한 탄허대종사의 뜻을 받들어 후학을 계발하여 지도하고자 강남구 자곡동에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이 2010년 11월에 건립되었다.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은 탄허대종사의 위업을 보존하고 불교경전의 심층적인 연구와 정리 및 불교학의 집대성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물관은 전통사찰 건축공간을 현대건축으로 재해석하여 건설하였기 때문에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먼저 박물관의 입구는 108개의 녹슨 철을 소재로 한 막대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백팔번뇌를 녹여내는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곳으로 혼탁한 물이 사라지면 청정한 물로 채워지듯이 번뇌의 망상이 사라지면 지혜광명이 빛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상설전시실은 탄허대종사가 화엄경을 번역한 일소굴(一笑窟)을 상징한 녹슨 달팽이 모양의 조형물인 일소대(一笑臺)를 지나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대종사의 일대기와 각종 유품을 살펴볼 수 있는 실물자료와 시청각자료를 집중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특별전시실은 불단이 모셔진 박물관의 중심공간으로 동서남북 사방이 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강당은 남쪽을 향하여 탁 트인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부처가 화엄경을 설파한 보광명전을 표현하였다.

박물관의 외벽에는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이 새겨져 있다. 흔히 금강경이라 불리는 이 경전은 부처와 제자 수보리의 대화를 엮은 것으로 관념에 집착 없이 마음을 일으키고 실천하는 지혜의 완성을 논하고 있다. 금강경의 구절 중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는 말이 있다. 진리란 정해진 바가 없다는 뜻으로 요즘처럼 어지러운 시대 탄허대종사의 가르침과 불교의 교리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시간을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에서 마련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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