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유혹
자연의 유혹
  • 정인영 <사진작가>
  • 승인 2011.09.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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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경호 사진전을 보고

풍경은 경치, 풍광은 산수와 전원을 일컫는 말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이루는 것 중에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강하게 느끼는 것이 바람이다. 따스한 봄날에 아지랑이에 실려오는 바람, 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바람, 오곡이 무르익는 가운데 찬란한 원색이 물결치는 가을 바람, 살을 에이는 듯한 겨울 찬바람을 자연은 오묘함으로 드러낸다.

바람은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가 하면 때로는 뜻하지 않은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바람을 이야기할라치면 꽃 향기를 날아다주는 꽃바람, 한여름 뙤약볕 아래 땀을 잊게 해 주는 시원한 바람과 으스스하면서 쓸쓸한 느낌을 주는 소슬바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세상 모든 것을 소용돌이치게 하는 회오리바람도 있다. 그럼 바람의 실체는 있는 걸까. 그것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이기에 계절과 시간에 관계없이 우리 곁에서 맴돌고 스쳐가는가.

사진가 김경호가 그 바람의 실체를 보여준다. '자연의 유혹'이라는 그의 사진작품에서다. 빠르고 느림, 보고 읽고 느낀 것들을 일곱 가지 내용으로 사진집을 출간했다. 먼저 '얼굴없는 바람의 몸짓'에 바닷바람의 향기를 담았는데, 제주도와 강원도, 충남, 전북에서 노을 속에 파도에 밀려오고 밀려가는 바람을 보았다.

'산에서 부는 바람'은 충북 속리산과 구병산, 비봉산, 백두산, 지리산, 황매산을 찾아 첫 새벽 운해에 휘감겨 바람을 기다린다. 바람을 맞아 몸부림치는 모습이다.

사진가는 대청호와 충주호, 초평지와 섬진강, 청송 주간지, 충남 탑정호, 전남의 만경지를 '강가에 부는 바람, 호수에 머무는 바람'으로 구성해 선보였다. 바람이 불 때와 잠들었을 때의 두 모습은 앵글 속에서도 일렁임과 고요를 느끼게 한다.

'숲 속에 잠자는 바람, 나무 끝에 부는 바람'에서는 대관령과 덕규산, 마이산, 함백산, 그리고 청주 보은에서의 나무에 바람이 있는 듯, 없는 듯한 잔잔함을 담아 냈다. 또 '들녘에 쉬는 바람, 초원에서 춤추는 바람'과 '바람의 길'에선 바람따라 세상 만물이 사라져감을 보여준다.

사진은 인물에서 시작해 인물로 마무리된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자연의 모습으로 새로운 예술을 선사한다. 김경호 작가는 이처럼 풍경으로 출발해 아름다움으로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는 현대사진예술의 다양성을 광장으로 끌어들여 작가마다의 독특한 시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서도 풍경사진은 여느 내용보다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세상 곳곳을 찾아 헤매는 것은 물론 자연의 섭리와 계절의 참뜻에 깊은 연구와 기획력이 필요하다. 광선을 읽을 줄 알아야 함은 물론 자신이 머문 자리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내 앵글로 포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경호 작가의 시선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드러냄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작가는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전국의 150여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촬영작업을 가졌다. 그에게 계절도 시간도 날씨도 예술성을 높이기 위해 분석대상이었다. 전국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열정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축적해 가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새삼 '바람이 불어오며, 바람은 오는가, 바람을 만나고, 바람이 머물다간 자리, 바람은 또 만날 수 있을 것인가'를 그의 작업을 통해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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