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
주례사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1.09.06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막역한 후배의 영애 주례를 부탁받았습니다. 나 자신 더 여물어야 할 처지인지라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후배님의 정중한 부탁에 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새 가정의 첫발을 딛는 신랑 신부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인생을 먼저 걸어 본 선배로서 내 삶을 반추해 보며 내 자식에게 당부하는 심정을 주례사로 적어 봅니다.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다면 두 분은 첫 번째로 시작되는 절기의 봄입니다. 결혼이라는 절차로 인해 이제 두 사람이 함께 일구어야 할 황무지 앞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땅은 희망의 땅입니다. 이 땅을 옥토로 만들어 가야 할 일은 두 분의 몫입니다. 두 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차지할 수 있는 영토가 정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일구어 놓는 영토마다 옥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람 불고 비가 오고 태풍도 불며 때로는 심한 가뭄에 목이 타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농부들은 밭을 갈고 씨앗을 심을 때 꼭 세 톨씩 심는다고 합니다. 한 톨은 새들의 몫이고 또 한 톨은 푸른 싹을 먹고 자라는 애벌레의 몫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톨이 농부의 몫으로 알고 농사를 짓습니다. 처음으로 인생의 농토를 개간하는 두 부부께서는 세 톨의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제 두 분은 부부로서의 의무와 책임감, 그리고 소중한 약속을 위해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각자의 생각과 각자의 생활이었다면 이제는 두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각각 살아온 시간만큼 많은 시간이 지나야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살아가면서 나하고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훌륭한 남편을 만드는 것도 아내의 배려와 믿음과 사랑이 존재해야 합니다. 또한, 현명한 아내를 만드는 것도 남편의 지지와 신뢰, 그리고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늘 함께 노력하고 가꾸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어우러져야 화목한 가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두 분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남편, 그리고 아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시대의 가정을 들여다보면 부부 문제보다는 그 외 가족 시댁식구 처가식구들 때문에 갈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이 앞에 있는 두 분은 그러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두 분이 마음이 맞고 뜻이 하나 되어 결혼했으면 두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지 그 외의 가족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처가에 살갑게 굴면 부인 또한, 시댁어른들에게 사랑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면 두 가문을 한 가족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다림의 미학을 느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소중히 여기고 귀중하게 여길 사람은 부모입니다. 부모님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두 분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틈틈이 찾아뵙고 정을 들이는 것은 중요합니다. 살갑게 안부 전화도 자주 드리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양가 부모님께도 당부 드립니다. 며느리, 사위가 된 두 사람은 이제 가정을 가진 어른입니다. 내 자식이 아니라 정한송이의 남편, 김주민의 아내입니다. 지금까지의 부모의 마음으로 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보다는 그저 예쁘게 봐 주시고 인정해 주시고 칭찬과 격려를 해 주신다면 두 사람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신랑 김주민군과 신부 정한송이양은 믿음과 존경과 그리고 사랑으로 맺어진 행복한 아름다운 부부입니다. 서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신뢰하고 격려하면서 서로를 위한 지지대 역할을 한다면 삭막한 세상에 가장 가까운 내 편인 것입니다. 두 분은 함께하는 날까지 무조건 어떤 일이 있든지 하나가 되어 누가 뭐라든 든든한 배경이 되고 힘이 되는 동반자입니다. 두 분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것을 믿으며 주례사를 마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