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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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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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 소리

물이 샌다

며칠 전부터

위층에서 끊임없이 물이 샌다

저 잠들 수 없는 것들이 내는

생명 갉아먹는 소리

시간 고문하는 소리

우우 고막을, 고막을 막아다오

찢어다오

차라리 뚫어다오

누군가

끊임없이 울고 있다

시집 ‘크나큰 침묵’(솔)중에서

 

<감상노트>

그 사람은 물을 틀어놓고 어디를 갔나. 자꾸만 새는 물을 시인이 마신다.

생명 갉아먹는 소리다.

시간을 고문하는 소리다.

시인의 귀에는 그득 찬 물이 출렁인다.

이젠 고막을 막아도 늦었다.

물의 장례를 이룬 몸에는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알고보니 핏물이다.

자연의 피다.

조금씩 새는 줄 모르고 살다보면 죽어가는 우주의 몸이다.

누군가, 그의 피를 빼낸 줄도 모른 채 헤매는 너는! 그대인가. 정녕 그대인가. 나 하나의 쾌락을 위하여 우주의 핏물이 모조리 빠진 언덕에 집을 짓는 이가. 순한 목숨이 운다.

끊임없이 서럽게 운다.

물 한 방울에 하느님이 사신다.

어찌하여 그대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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