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02 >
궁보무사 <102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09 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채만한 얼음덩어리가 내 앞을 딱 가로 막지 않겠나?

20.오근장의 최후

두릉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가져온 죽지유 가죽주머니를 두 손으로 즉시 받쳐들고는 오근장 성주 앞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오근장은 그 죽지유 가죽주머니를 한손으로 냉큼 받아들고는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펴보며 마치 어린애 같이 즐거워했다.

“성주님! 그런데 그것이 소문과는 전혀 달리 아무런 효능이 없을는지도 모릅니다.

”창리가 낯빛을 얼른 바꾸며 이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만에 하나 이번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창리로서는 몰래 빠져나갈만한 구멍 하나 정도는 마련해 놓고 있어야하기 때문이었다.

“하하! 괜찮네. 원래 똑같은 풀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지만 뱀이 먹으면 독이 되어지는 걸세. 하하하! 그나저나 이게 웬 횡재인가? 천하보물이요, 천하 명약이라는 말은 가끔씩 들어봤어도 남자의 그것을 대꼬챙이처럼 빳빳하게 세워준다는 기름은 내 생전 처음으로 대하는 것 같으니. 으흐흐흐흐….”오근장 성주는 기분이 몹시 좋은 듯 두릉에게서 건네받은 죽지유 가죽 주머니를 자기 양쪽 뺨 위에다가 살살 비벼댔다.

나중에 효과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성주가 그걸 받아들고 저토록 좋아하니 두릉과 창리는 퍽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몹시 흡족한 기분으로 인사를 드리고 물러나려할 즈음 갑자기 오근장 성주가 이들 두 사람을 다시 불러 세웠다.

“그런데, 자네들 이것 좀 한 번 알아봐주게나.”두릉과 창리가 공손한 태도를 취하며 성주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실은 내가 어제 밤에 꿈을 꾸었는데 그 꿈 내용이 하도 이상해서 지끔까지도 내 맘이 온통 뒤숭숭하기만 하다네.”“어, 어떠한 내용인지요?”창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꿈속에서 내가 어느 호젓한 길을 따라 혼자 걷고 있는데 갑자기 집채만큼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나타나 내 앞을 딱 가로 막지 않겠나? 크게 당황한 내가 옆으로 얼른 돌아서 지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좌우로 쫙 쪼개지더니 그나마 내가 가려는 옆길 마저도 딱 막아버리더군. 그리고나서 갑자기 내 양쪽 젖가슴이 미치도록 가려워지기 시작하는 거야. 아무리 긁어도 긁어도 자꾸만 가려워졌지.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기에 두 주먹으로 번갈아가며 내 두 젖가슴 위를 탕탕 두들겨댔지. 이것은 마치 내 양쪽 가슴에 달려있는 작은북을 세차게 때리는 것만 같았어.”오근장은 이렇게 말을 하고는 실제로 꿈속에서 행한 것처럼 자기 두 주먹으로 젖가슴 위를 탕탕 두들겨댔다.

“그, 그리고는요?”“그리고는……. 그 다음은 웬일인지 생각이 잘 나지를 않네. 아무튼 나는 꿈속에서 내 두 주먹으로 내 두 젖가슴을 한참 두들겨대느라고 완전히 볼일을 다 보고 말았지. 창리! 도대체 이게 무슨 조짐인지 자네가 한 번 알아봐주게나.”오근장이 웬일인지 아주 근엄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을 동시에 지어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성주님. 본디 꿈보다도 해몽이라는 말이 있듯이 해몽이 좋아야 사람 맘이 편한 법이옵니다.

제가 지금 당장 용한 점쟁이를 찾아가 이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겠사옵니다.

”창리가 정중한 자세로 대답했다.

곧이어 창리와 두릉은 오근장 성주에게 다시 한 번 더 정중한 인사를 드리고난 다음 종종걸음으로 뜀박질 치듯이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