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값은
사람의 값은
  • 이영창 <수필가>
  • 승인 2011.08.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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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부족한 것이 많지만 나의 작은 바람은 남에게 불안하지 않고 우둔하지만 날카롭거나 사납지 않으며 그래서 믿을 수 있고, 두려움 주지 않는, 아예 경계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고 싶다. 한여름을 지나오며 가을이 오는 들판을 바라본다.

나는 이 넓은 광야에서 제구실을 다하지 못했다 해도 한 알의 열매였음을 조용히 생각하고 싶다. 사람들은 그릇의 모양에 따라 그 깊이를 달리 보려고 하지만 더 깊이 알고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이다.

내 마음의 작은 울타리 안에서는 잔잔할 때 잔잔하고, 거셀 때 거세며, 바다 앞에 서서는 넓고도 깊고 싶다. 그래서 파도치는 속에서도 수평선처럼 평등하고 싶은 것은 내 마음속의 욕심이기도 하다.

지금 세계의 인구는 60억을 넘었고 우리 한반도의 인구만도 7천만을 넘어섰다. 그러한 사람의 가치는 어떻게 만물의 영장가치로 생각해 낼 수 있을까. 돼지나 소를 가치로 판단할 때는 돼지1kg의 값 6,000원, 소1kg의 값이 10,000원이라 하면 무게가치에 대한 값을 낼 수 있다. 그들의 값은 살아 있는 동안 먹고 살아온 먹이 값으로 매겨 놓은 것이다. 생산성이 있게 한 가치의 값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만물의 영장이라 하여 그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값은 어떻게 내야 하나.

소, 돼지 값 내듯 한다고 미친 짓이라 할지 모르나 따지고 보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생명으로서의 가치 존엄성을 따져 평가하자면 역시 먹이 값으로 환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을 배제하고 장기적으로 모두 합산하여 하루 세 끼에 1만원으로 한다면 한 달에 30만원이고 평균 수명을 73세로 한다면 2억6천2백8십 만원이란 먹이 값이 든다. 살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를 하는 것이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그 이상의 돈을 벌어야 손실 없는 사람이며 살아 있는 것은 그만치 벌고 있다는 것도 된다. 그러나 남자가 여자를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성서처럼 친다면 그 갑절에 해당하는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소, 돼지의 값은 무게로 정하지만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다. 사람은 힘이 있고 무게가 나가는 사람일수록 약한 자를 누르려 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무게를 잡는 사람일수록 여러 사람에게 삶의 가치를 손상케 하므로 약한 자에게 영향이 막대하므로 인간 가치의 값에서 빼야 한다.

2억6천2백8십 만원이 73세 기준이라면 이보다 덜 사는 사람이라면 값이 덜 나갈 것이고 더 많이 살게 되면 값이 더 나가는 것이 된다. 오래 살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값마저 싸게 평가되니 잘못된 평가라 하겠으나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강자의 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인간의 값이 그렇게 엄청나게 평가될 줄은 몰랐던 일이며 점점 더 값을 올려 매겨야 할 일이다. 사람의 목숨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값진 도자기 하나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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