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속의 날씨 < 22 >
신화속의 날씨 < 22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0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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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스토와 아르카스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던 명탐정 셜록 홈스가 한밤중에 일어나 와트슨 박사를 깨웠다.“하늘에 무엇이 보이는가?”“많은 별이 보이는군.”“그것으로 무엇을 추론할 수 있겠나?”“천문학적으로는 은하계와 수십 억 개의 행성, 점성술로 보면 큰곰자리에 빛이 있고, 작은곰자리 색깔을 보니 내일 날씨가 맑을 것 같고, 종교적으로는 신의 전지전능한 힘이 느껴지네.” 하지만 홈스가 밝힌 정답은 ‘텐트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영국 하트퍼드셔대학 심리학과 와이즈먼 교수 연구팀이 미국과 유럽의 200만 명에게 조사한 결과 세계 최고의 2위에 오른 유머이다.

홈스의 유머에 나오는 것처럼 큰곰자리와 작은곰 별자리는 세계의 사람들에게 친숙한 별이다.

그리스 신화에 칼리스토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다.

천하의 바람둥이 제우스가 그녀를 그냥 보아 넘길 리 없었다.

온갖 감언이설로 그녀를 꼬드긴 끝에 임신을 시키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우스의 부인 헤라는 질투심에 불타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찾아온 공주에게 저주를 했다.

“내가 너의 아름다움을 빼앗을 수는 없지만, 곰으로 만들어 버릴 수는 있다.
내 남편을 안던 팔로는 바위틈을 뒤져 가제나 잡고, 허리를 감던 발로는 재주나 부려라. 사람들은 네 쓸개와 발바닥을 갖기 위해 너를 쫓을 것이다.”헤라 여신의 저주가 떨어지자 그녀의 온몸에는 검은 털이 돋고 손톱과 발톱이 낫처럼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공주가 흉측한 곰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제우스를 몰래 만났던 숲 속에서 긴 세월을 울부짖으며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숲 속에 사냥을 나온 젊은이를 만나게 되었다. 청년은 그녀가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았던 아들 아르카스였다.“오, 내 아들아, 내가 네 어미다.”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자신이 곰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두 팔을 벌려 아들을 안으려고 했다. 곰의 포효와 함께 날카로운 발톱이 다가오자 청년은 곰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이건 절대로 아니다. 어떻게 자식이 어미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헤라의 질투를 다독거리느라 지금까지 모른 척 하고 살았던 제우스도 아들의 손에 어미가 죽게 버려둘 수 는 없었다. 창이 날아들기 직전 제우스는 어미와 아들을 별로 만들어 하늘에 붙박아 두었다. 바로 이 별자리가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이다.어느 날 밤하늘을 바라보던 헤라 여신은 아름다운 별자리가 북쪽 하늘에 떠있는 것을 보고 시녀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여신님이 곰으로 만들었던 칼리스토 공주와 그 아들을 제우스님께서 하늘로 올려 별로 만들었답니다. 큰곰 별자리는 북두칠성이라고도 하는데 일곱 개의 별은 곰의 꼬리와 엉덩이 부분과 비슷합니다. 더 자세히 보면 앞발과 뒷발에 발톱이 두 개씩 있고, 큰곰 별자리는 열아홉 개의 크고 작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아들인 작은곰 별자리는 엄마보다 더 북쪽에 있답니다. 큰곰보다는 작지만, 분명히 일곱 개의 별들이 작은 북두칠성 같기에 엄마를 빼박았다고 말합니다. 별들이 작아서 찾기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은 간단합니다. 꼬리 끝에 커다랗게 빛나는 북극성을 달고 있으니까요.”복수가 마무리되려는 순간 제우스의 개입으로 공주가 하늘의 별이 되고 말았으니, 헤라는 분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천체 관측이나 탐험, 항해, 농업 등에서 북극성을 중요하게 여겼던 이유는 북극성이 움직이지 않는 하늘의 기준별이었기 때문이다. ‘북극성이 유난히 반짝이면 다음날 비’라는 속담에서 보이듯 우리네 조상들도 별의 모습을 보고 날씨를 예측했다.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하고 중요한 별이다. 별은 빛이 점(點)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우리의 눈에 별빛이 하나의 작은 점으로부터 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기 중의 미세한 변화가 있으면 점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공기층이 불안정하고 요란이 있다면 공기의 밀도가 변하게 된다.

밀도가 변한 공기층을 통과할 때, 빛은 눈으로 들어오는 경로 상에서 굴절될 수 있기에 상층 공기가 불안정해지면 북극성이 흔들리거나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상층 공기의 불안정은 대개 기압골의 접근과 연관되므로 공기가 불안정할수록 비가 올 가능성은 커진다고 하겠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몇 배로 되돌려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공주의 불륜은 자식과 생이별하면서 오랜 세월 고통스런 곰의 삶으로 되돌려 받았다.

하늘의 좋은 별자리로 올랐으니 전화위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마저 고통이었으리라. 서양 신화에서도 여자의 질투는 오뉴월 서리처럼 매서운가 보다.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며 헤라는 대양의 신에게 부탁을 했다.

“신이여, 우정으로 부탁하노니 북두칠성과 북극성은 바다에 들어가 쉬거나 목욕을 하거나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해주세요.”“헤라 여신의 청을 내가 어찌 거절하겠소. 저들 모자는 수정처럼 차가운 북극 하늘을 영원히 떠나지 못할 것이오.”다른 별들은 낮에는 바다에서 편히 쉬지만 헤라 여신의 기원대로 큰곰과 작은곰자리는 낮이나 밤이나 북극의 하늘을 떠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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