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01>
궁보무사 <10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0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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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색을 밝히는 군주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

19. 오근장의 최후

여기는 팔결성내 널따란 후원(後園)….지금 저 편 연못가 정자 아래에서는 웃옷을 훌떡 벗어젖힌 오근장 성주가 양손에 각각 칼과 창을 잡아쥐고 이리저리 휘둘러가며 무술 연마에 한참 힘을 쏟고 있었다.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머리통 한 개쯤 더 커보이는 키에다가 마치 커다란 송충이가 몸 위를 기어가는 듯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저 우람한 체격만 보더라도, 앉은 자리에서 돼지고기, 쇠고기 각각 다섯 근(오근)씩 가볍게 먹어치우는 장사(壯士)라는 소문이 결코 헛된 게 아님을 똑똑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장수 두릉과 창리가 주춤거려가며 천천히 다가가 그제야 오근장은 하던 동작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는 오근장은 그들을 힐끗 쳐다보며 약간 숨이 찬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성주님! 실은, 저어……. 저희들이 성주님을 위해 명기 하나를…….”“뭐, 나를 위해 명기를?”웬일인지 오근장 성주는 갑자기 이맛살을 팍 찌푸리며 두 사람을 무섭게 째려보았다.

“저어, 사내를 잠자리에서 무척 즐겁게 해준다는 천하 명기 말이옵니다.

”장수 두릉은 지금 기분이 썩 좋아보이지 않는 오근장 성주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펴봐가며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라고? 아니,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갑자기 오근장의 입에서 커다란 대갈일성이 터져 나왔다.

그 바람에 두릉과 창리는 찔끔하며 뒤로 조금 물러났다.

“그렇다면 지금 날 보고 계집질을 하라는 말인가? 응?”오근장이 여전히 두 눈을 크게 부라린 채 두 사람을 노려보며 나무라는듯이 소리쳤다.

“저, 그, 그게 아니오라.”“자고로…. 여색을 너무 밝히는 군주는 오래가지 못하거나 그 끝이 아주 나쁘다고 했어. 계집년 구멍 속에 하릴없이 빠져서 허부적거리다가 그냥 빠져 죽은 자들이 어디 한두 명이던가. 그럼에도 나에게 명기인지 뭔지 하는 여자를 바치려고 들다니…. 도대체 자네들 정신이 있어서 하는 짓들인가?”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오근장 성주의 이런 따가운 질책에 장수 두릉과 창리는 뒤통수를 된통 크게 얻어맞은 양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그저 벌벌 떨기만 하였다.

“죄, 죄송하옵니다.

”“성주님의 뜻이 그러신 줄 모르고 저희들이 그만 실수로….”크게 무안해진 두릉과 창리가 성주에게 머리를 연신 조아려대며 거북살스러운 이 자리를 얼른 물러나려고 하였다.

“아, 잠깐! 그런데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다듯이 이번 딱 한번만 내가 자네들의 수고를 생각해서 봐주기로 하지. 으흠흠….”오근장 성주가 웬일인지 입가에 씨익 미소를 머금으면서 지금 막 뒤돌아서려는 두릉과 창리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성주의 말을 듣자마자 두 사람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물론 그 죽지유(竹脂油)인지 뭔지 하는 신비한 기름은 가져왔겠지?”오근장 성주가 연습삼아 양 손에 쥐고 있던 칼과 창을 아래로 내려놓으며 다시 물었다.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걸로 미루어보아 오근장 성주는 이미 모든 상황을 죄다 알고 있고 다만 이들이 죽지유를 가지고 자기를 직접 찾아오기만을 이곳에서 은근히 기다리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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