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과 공짜밥
무상급식과 공짜밥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1.08.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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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옆 동네에서 아이들 밥 먹는 문제로 진흙탕 싸움을 한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라는 프레임에 갇혀 여·야 간 진보와 보수가 이념 논쟁으로 뜨겁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민심잡기용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을 과거 선거 때 고무신 나눠주고 막걸리 사주듯 선심용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태도다. 선거 이슈를 선점하려는 당리당략으로만 복지논쟁을 몰아가는 언론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 양극화의 심화와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복지의 사각지대가 만연한 현 상황을 이해한다면 복지논쟁은 다소 늦은 감마저 있다. 선거를 통해서나마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복지 상황은 열악함을 면치 못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세수의 확보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다. 국민적 합의의 기틀은 복지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심도 있게 이해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다. 합의의 결과는 선거를 통해 알 수 있다. 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을 내세운 후보자를 주민이 선택했다면 무상급식 시행에 주민이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보아야 한다. 182억이라는 비용을 들여 찬·반을 묻는 행태를 옳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서 보면 다른 곳에 써야 할 예산을 끌어다 생산력 향상과 무관하고 고용창출과 상관도 없는 무상급식에 돈을 쓴다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가정형편이 어려운 일부 학생들에게만 공짜 밥을 주지 부잣집 아이들까지 왜 공짜 밥을 먹여야 하느냐? 차라리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에 사용하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상급식이라는 말과 공짜 밥이라는 말을 동일시해서 오는 오류다.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한다고 해서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우리 아이들 밥값을 내기 때문이다. 정치인 한두 명이 마치 제돈 들여 밥값 내 주는 것처럼 목숨 걸고 반대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무상급식 또한 주민의 합의의 문제다.  

무상급식 찬·반을 묻는 투표를 두고 여당의 유력한 여성 정치인은 “이번 주민투표는 포퓰리즘 대 반포퓰리즘의 성전”이라는 말로써 물러나서는 안 되는 위대한 싸움인 양 선전포고를 했다. 당내에서도 찬·반으로 갈려 격한 대립양상을 보이는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서울시는 주민투표로 몰아가고 있다.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당의 원내대표는 0~4세 아동의 무상보육 문제를 들고 나왔다가 같은 당 의원들에게서 뭇매를 맞고 있다. 대학생등록금을 순차적으로 인하해 2014년까지 등록금을 30% 내리겠다는 한나라당 정책은 흐지부지되고 있다. 손발이 맞지 않는 복지 정책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복지정책에 대한 로드맵을 갖고 있기나 한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 

미국의 국가부채상환 능력부족과 신용등급강등 여파로 인한 쇼크가 금융 시장에 태풍처럼 몰아쳤다. 결국, 국가의 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보나 마나 긴축 재정을 통해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이 예견된다. 주식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저소득층만 물가상승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이렇듯 세계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치적으로 여·야 간, 계층 간 예민한 화두가 된 복지정책이 24일로 예정된 주민투표로 국민의 관심을 받는다. 의무교육 속에는 무상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국방의 의무처럼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별이 없다. 총과 군복은 빈부차이와 상관없이 국가가 지급하는 것처럼 무상급식 또한 차별 없이 국가가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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