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붓 들었을때 고향 찾은 느낌"
"다시 붓 들었을때 고향 찾은 느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8.09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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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라이프>그림 외길 인생 이상미 화가
7살때부터 그림… 멘토는 아버지

12일부터 청주서 4번째 개인전

삶·그림 매듭의 시간 작품 담아

"붓을 다시 잡았을 때의 마음은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어요. 유화물감 특유의 강한 냄새가 얼마나 그립고 향기로웠는지. 비로소 나를 다시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두툼한 유화질감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화실에서 이상미 화가를 만났다. 7살 때 붓을 들기 시작한 뒤 생활에 밀려 잠시 그림과 멀어졌던 그녀는 다시 붓을 들었을 때 고향을 찾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미술교사였어요. 형제자매들이 자연히 그림을 접하게 되었죠. 7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저녁을 먹고 둥근 밥상에서 아버지와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예술에 대한 인식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당시지만 아버지 영향으로 그림은 이 화가나 가족들에겐 생활과 다름없었다. 버스를 기다리거나 잠시 짬이 나면 스케치하던 아버지는 이 화가에게 영원한 예술인으로의 멘토셨다.

"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하면서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좀 더 다른 뭔가를 추구하고 싶은 욕구랄까요, 아마도 예술에 대한 열정이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 결혼하고 직장과 육아문제로 잠시 그림과 멀어졌어요. 다시 붓을 든 것은 교직을 그만두고 87년부터예요."

긴 잠에서 깨어나듯 다시 붓을 든 이 화가는 미술협회와 여류작가 회원으로 활동하며 그림그리기에 주력했다. 하지만 부족함은 늘 따라붙는다. 같이 시작한 화가친구들이 사회적 지위에 오른 모습을 보면 지금도 난 뭐했는가 싶은 마음도 든단다.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면서도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예술이 열정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이렇게 그림을 그려서 무엇하나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어릴 적 유희였고, 젊은 날 꿈이었던 그림은 내게 일체감을 주는 반려자나 다름없어요."

평생 외길을 걸어온 그녀에게 이번 전시회는 하나의 매듭짓기와 같다. 4번째 개인전으로 12일부터 18일까지 청주예술의 전당 전시실에서 선보일 작품들은 삶에 매듭과 더불어 그림에 대한 매듭의 시간이다.

"사람과 자연에 관심을 두고 유화로 된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그러면서도 다른 색채나 흐름에 대한 동경심도 늘 있었죠. 이번 전시는 정리의 느낌으로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정리랄까요?"

전시회를 마치면 반추상화 작업을 시도할 계획이다. 설명으로 된 화폭보다는 선 굵은 그림으로 풍경화를 그릴 생각이다. 똑같은 풍경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풍경화를 그려보고 싶은 것이 이 화가의 소망이다.

"김치가 맛있게 익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들이 내 안에서 곰삭아 표현될 수 있도록 추상적으로 그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그림으로 유명작가가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그림을 그린다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는 할 것이 없다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이상미 화가. 유난히 봄을 좋아한다는 화가의 말처럼 화실에선 자연의 향기가 물씬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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