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군수와 일방통행 군수
소신 군수와 일방통행 군수
  • 문종극 <편집국장>
  • 승인 2011.08.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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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일방통행과 소신(所信)은 한 방향이라는 면에서는 닮은 꼴이다. 그렇지만 소신은 긍정적인 반면 일방통행은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한쪽 의사만 행세하거나 통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우리는 일방통행이라고 한다. 굳게 믿는 바 또는 생각하는 바를 펼칠 때 소신 있는 행동이라고 한다.

독불장군, 독재자, 제왕적 권력 등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일방통행이다. 옳다고 믿는 바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는 추진력은 소신과 통한다.

충남 당진군의 시 승격이 확정되자 충북 청원군 일부에서도 시 승격 추진 논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청주와 청원 통합 추진과정에서 지겹게도 많이 들었던 내용 중 하나가 청원군 시승격이었다. 청주가 시니까 청원도 시를 만들어 대등한 상태에서 통합하자는 논리다. 일반적으로 청주와 청원의 통합 반대론자들이 주로 거론한 것이어서 이 논리가 고개를 드는 것 자체가 통합 찬반논란이 또다시 재연되는 것으로 보여졌다.

이럴쯤 이종윤 청원군수가 한마디 했다. 청원군의 독자적인 시승격 추진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통합 추진이 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거지는 시승격 논의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당진군이 시로 승격됐다고 하지만 청원군과는 다르다는 것과 최종 목표를 통합으로 설정한 만큼 시 승격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더 이상의 확산을 차단한 것이다.

이후로 청원군 시승격 논란은 없어졌다. 이 군수가 적절한 시기에 용기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출직인 그도 한 표가 아쉬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했다.

이것이 소신이다. 통합이라는 한 방향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있는 걸음이다.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며 한 방향으로 가는 일방통행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자치단체장들은 일방통행을 한다. 지방의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제왕적 권력을 유감없이 즐기는 이들에게 인사권, 인·허가권, 예산 편성·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이 주어져 있어 군림의 강도가 가히 제왕적이다. 이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있지만 자치단체장에 비해 미약한 권한의 한계로 인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민의 의사가 지방자치에 투영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일방통행을 즐기는 자치단체장들의 지방권력 독점은 예산 편성에서 심사, 집행, 결산 등의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견제가 허약한 지방자치가 이를 가능하도록 한다.

올해는 1991년 지방의회 제도가 출범한 지 20주년, 민선 단체장 출범은 16주년이 되는 해다. 당초 취지의 지방자치가 충분히 성숙됐을 만한 세월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해도 크게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선거를 해도 교체되지 않는 봉건적 절대 권력을 가진 자치단체장들이 무수히 많다.

그 밑에 있는 공무원과 지역의 기관·단체는 물론 기업체까지도 단체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인사권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공무원, 자치단체 예산이 필요한 기관·단체와 일반회사들도 예산권을 쥐고 있는 제왕과 맞서기는 버겁다.

지방자치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꿈꿨던 풀뿌리 민주주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미미하다.

민선 자치단체장의 역할은 권력이 아니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라는 인식 아래 쌍방소통을 바탕으로 주민이 만들어주는 권력을 소신 있게 행사해야 한다.

제왕적 권력은 일방통행을 즐긴다. 일방통행은 독재자의 전유물이다. 독재자의 최후는 비참하다. 역사가 증명하듯 종국엔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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