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비 '구린 관행'
대학 연구비 '구린 관행'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8.0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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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타임즈시사펀치
대학 연구비 집행을 둘러싼 비리구조가 우리사회의 여전한 악습으로 남아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회전반에 걸쳐 '투명과 공정'을 향한 많은 노력의 결과로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지만 대학은 여전히 '사각지대'라는 점도 그렇다.

경찰청이 최근 특별단속기간을 정해 '구린관행'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최근 경찰이 발표한 충북대 의대 일부 교수 사례도 그렇다.

경찰 조사 결과 교수 A씨는'암 억제 유전자 기능 연구과제' 연구비 60억원 중 4억원을 자신이 운영하는 벤처기업 기자재 구입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사기)로 입건됐다.

A씨는 연구비를 받아 벤처기업 기자재를 구입하고, 시약 등 소모성 재료를 구입한 것처럼 가짜 거래명세서를 교과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연구비를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을 통해 사건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겠지만, 연구비는 당초 목적대로 쓰지 않았다는 점은 당사자도 시인한 상태이다.

지갑에 돈을 꽂지 않았다니 A씨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특정 교수가 연구팀을 꾸려 연구를 수행하거나, 연구소 명의, 벤처기업 명의로 진행되는 연구과제의 경우 수사기관이 손을 대는 족족 터지는 게 오늘의 대학 실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연구 비리는 수사기관이 회피하는 사건 가운데 하나이다.

한마디로 '구속 수사'를 해야 처벌 효과도 있고, 사회적 경각심도 일으키는데 그렇지 않다.

법원의 손으로 넘어가면 대학교수라 '도주 우려가 없다'고 여겨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이 높고, 맥이 빠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화이트 칼라'의 범죄와 달리 좀도둑은 불과 몇십만원만 훔쳐도 구속을 면하기 어렵다.

쉽게 말해 현장에 더 많은 금품이 있었다면 전량 훔쳤을 것이라는 게 법의 논리이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교수와 좀도둑을 같은 잣대로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만연한 대학비리를 보면 관대한 법적용이 비리를 부채질하지 않았나 되짚어 볼 이유는 충분하다.

나랏돈 빼먹는 것도 그렇지만, 석·박사 과정에 청춘을 고스란히 바치는 후학들의 등골을 빼먹는 행위가 '관행'이라 여겨져서도 곤란하다.

연구 윤리 정립, 자정노력 등 대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비에 잘못 손댔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대학연구비 실상을 고려하면 차제에 이 정도의 공감대는 이끌어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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