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소주박물관
안동 소주박물관
  • 윤병화 <세경대 박물관큐레이터과 교수>
  • 승인 2011.08.0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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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술은 경직된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워주는 음식으로 우리네 회식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러한 술은 기호식품으로 쾌감과 식욕증진의 효과를 내며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을 받아 왔다.

우리나라의 술은 고조선의 유적지인 범의구석유적, 오동유적, 요동반도의 쌍타자유적, 장군산유적 등에서 술잔이 발견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때의 술은 선사시대 수렵에서 얻은 과실주, 유목에서 얻은 젖술(乳酒), 농경에서 얻은 곡주 등이었다.

삼국시대에는 발효기술이 발달되어 누룩을 이용한 양조법이 성행하였다. 이후 통일신라시대에는 맑게 거른 청주(淸酒)가 빚어졌고, 고려시대에는 송의 양조법의 영향을 받아 누룩뿐만 아니라 청주, 탁주, 약용주 등의 술이 만들어져 종류가 다양해졌다. 조선시대에는 양조법의 다양화와 술의 고급화로 술의 품질이 향상되어 술문화가 절정기를 이루었다.

그러나 1909년 주세령으로 민간에서 술 빚는 것이 금지되었고, 광복 이후 제3공화국의 대대적인 밀주단속으로 우리의 술문화가 급속하게 무너졌다. 다행히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토속주 재현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민속주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중 경북무형문화재 제12호로 전통식품명인인 조옥화 선생의 노력으로 안동소주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안동소주는 증류식 소주로 오곡을 불려 시루에 쪄낸 다음 누룩을 섞고 10일 정도 발효시켜 전술을 만들며, 전술을 솥에 담아 소줏고리를 이용하여 증류하여 제조하는 명주(名酒)이다. 안동소주는 신라시대부터 전래되어오던 술로 일제강점기와 현대화과정 속에서 식량부족문제, 주세법 개정 등으로 생산이 중단되었던 것이 다시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옥화 선생은 아들, 며느리와 함께 1995년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을 개관하여 안동소주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 연구, 전수, 전시하여 전통문화에 대한 보존의식을 함양하고, 일반인을 위한 휴식공간을 마련하였다.

박물관은 안동소주관, 전통음식관, 체험장, 시음장(향토음식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동소주관과 전통음식관에는 소주의 제조과정과 술 관련 유물, 전통음식 차림상, 주안상 등이 전시되어 있고 소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고 시음할 수 있는 체험장이 있다.

전통이란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천에 따라 가변하는 것처럼 안동소주를 대신하여 와인과 맥주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였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도입된 서양의 술문화로 인하여 우리의 전통 술에 대한 몰이해로 이어지게 되었다. 앞으로 안동소주박물관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 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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