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백목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0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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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시간이 나서 딸아이와 함께 행사가 열리는 오창 과학산업단지 안에 있는 호수 공원에 갔다.

올해로 3회째 되는 오창 유기농 축제는 오창 농업협동조합이 주최하고, 오창 유기농 작목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친환경농업 현장체험과 친환경 농산물 전시 및 판매 각종 부대 행사와 문화 행사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행사 이틀째인 오늘은 토요일이어서인지 사람들 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언덕아래 마련된 품바공연 장소엔 흥겨운 노랫소리와 엿가락 장단이 어우러져 난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농협주부대학에서 마련한 먹을거리 장터에선 아는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주며 잔치국수며 파전 등 한 상 푸짐하게 내 왔다.

오창에서 근 10여년을 살다 왔으니 내겐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청주로 이사 나온지 벌써 5년 그리운 얼굴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주부대학에서 같이 활동하며 한 달에 한번 가는 산악회는 또 얼마나 재미나고 즐거웠던가 처음 이사 와서 정겨운 추억 때문에 가슴 절절한 나날들이 새삼 떠오른다.

순박한 사람들 속에서 많은걸 배웠으며, 나이드신 분들에게 굳이 언니라고 고집스레 불렀던 작은 당돌함마저 이해되던 그 시절.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가지 못했는데 전해지는 마음속에서 정스러움이 묻어나온다.

분위기에 휩쓸려 유기농 두부안주에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고 싶었지만, 대신 잔치국수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딱 해치우고 입가심으로 시원한 유기농 토마토 주스 한잔 마셔주고, 다시 댄스경연대회가 열리는 특설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맨 앞쪽에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무대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신나는 음악, 파워풀한 춤 동작에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개성 넘치는 공연에 넋을 잃었다.

평소 댄스에 관심이 많았던 딸아이는 오길 백번 잘 했다며 미안해 한다.

실은 가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우겨서 데려 왔으니 미안해 해야지.둘이 머릴 맞대고 어느 팀이 1등할 것인지 내기도 하고 무대 위에서는 자신감 있게 동작을 크게 해야 한다든지 음악 선정의 문제점 등 이것저것 짚어가며 심사위원들의 몫까지 넘본다.

예상대로 우리가 찍은 팀이 영예의 대상이다.

보는 눈이 남다른 우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언제나 무대 위의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해 연연해 하는 내겐 오늘 공연은 대리만족일 수밖에. 연예인을 동경하는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 주고 경험하게 하고 싶다.

예전에 내가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듯이….집으로 오는 길 내 끼와 재능을 고스란히 가지고 간 딸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이런 아이가 내 딸이라는 것이 감사하다.

좋은 추억거리 한 보따리 안고 오는 우리 둘 마음속이 벅차다.

내 년 이 맘 때를 기약하며 올려다 본 하늘엔 별빛이 가슴 가득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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