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00>
궁보무사 <10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07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맹탕기름을 우리 성주님께 갖다바칠 수도 없고……'

18.오근장의 최후

“하! 그나저나 이걸 어쩌지.”두릉이 크게 한숨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야.”창리 역시 답답한듯 한숨을 길게 몰아내쉬었다.

오입 한번 해보려다가 때와 장소를 잘못 만나가지고 이들에게 큰 곤욕을 치렀던 남녀가 허둥지둥 떠나고나자 창리와 두릉은 이제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죽지유라는 정체불명의 기름 속에는 사람을 해치는 독(毒)이 들어있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것은 남자의 정력 증강에 하등 도움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아! 아! 그러니 도대체 이걸 어쩌란 말이냐.효과가 전혀 없는 그러니까 거의 맹탕이나 다름이 없는 기름을 우리 성주님께 갖다바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걸 잔뜩 기대하고 있을 성주님을 모른 척 할 수는 없고…….이 문제를 놓고 한참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이들은 마침내 한가지 결정을 내렸다.

효과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어렵게 구한 것이니만큼 성주님 앞으로 이걸 일단 갖고갔다가 만약 성주님께서 이걸 찾으신다면 할 수 없이 드리고, 모른 척하신다면 그냥 도로 가지고 돌아오기로…….바로 이 시각쯤,팔결성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미호 강가 어느 후미진 갈대숲에는 일단의 사내들이 몸을 숨긴 채 뭔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 교묘하게 위장을 한 작은 배 한척이 있고 지금 이들의 이런 이상스런 행동으로 미루어 보건대, 팔결성을 몰래 염탐하러 들어온 자들임에 틀림없었다.

바로 부용아씨의 명령에 따라, 오근장 성주를 해코지하는 데 성공한 양지가 만약 이곳까지 도망쳐온다면 황급히 그를 태워가지고 한벌성으로 데려오기로 한 자들이었다.

“도대체 언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진다는 거야?”이번 거사 내용을 전혀 알턱이 없는 이들 중 어느 누가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평을 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그거야 모르지. 우리들은 그저 이곳으로 황급히 도망쳐오는 여자를 배에 태우고 한벌성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니까.”그들 중 어느 누가 숨소리를 죽여가며 조심스럽게 대답해줬다.

“그나저나 이거 큰일이 아닌가? 날이 더 저물기 전에 빨리 달아날 생각을 해야지, 여기 이렇게 맥 놓고 있다가 혹시라도 팔결성 병사들에게 발각되는 날이면….”또 어느 누가 겁을 잔뜩 집어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허! 이 사람아! 지척조차 분간해 내지 못할 만큼 아주 깜깜한 밤이어야 우리가 몰래 도망치는 데 유리한 거 아닌가?”옆에 있던 또다른 누가 그를 핀잔주듯이 말했다.

“아 참! 그렇구먼.”“언제 어떤 여자가 이곳으로 도망쳐올는지 모르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랬다고 그 계집 얼굴이나 좀 반반했으면 좋겠다.

”“하하……. 어쩜 내 생각이랑 그리 똑 같은가!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디.”“헤헤헤……. 더두 말고 나이만이라도 좀 젊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이 비좁은 배 안에서 이리저리 몸을 부딪쳐가며 득을 볼게 아니겠는가?”“그러게 말일세. 뭐라도 좀 남아야 우리가 지금 이런 고생을 한 보람이 있는 거지.”이들은 이렇게 쓸데없는 잡담을 주고받으면서도 그러나 제각각 두 눈을 번뜩거려가며 주위 사방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