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자식의 불효자
못난 자식의 불효자
  • 이규정 <소설가>
  • 승인 2011.07.2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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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규정 <소설가>

지난해부터 노환으로 고생하던 엄마의 기력이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셨다. 어쩌지 못하고 입원하는 병원에서 꼼짝을 못하셨다. 서너 달이 지나서도 여전한 엄마가 미음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삼일에 한 번씩 쫓아가는 병원에서 미음을 먹여드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청주에 살면서 제천까지 쫓아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한다는 핑계가 또한 적잖은 불효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엄마를 만나겠다고 올라타는 충북선 열차가 어느 사이에 익숙해졌다. 엄마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급해지는 앞가슴을 두드렸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열차에서 지난 시절이 또렷하게 스쳐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좋았던 추억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적잖은 고생에 또한 그동안의 불효가 스쳐가는 눈망울이 시큼하게 젖어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적잖은 설움이 울컥 치솟는 앞가슴을 두드리며 후회하는 한숨을 몰아쉬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난 목요일에도 야간근무를 마치고 올라타는 열차가 제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음성을 지나면서 엄마가 떠나셨다는 연락이 날아들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으로 쓰러지는 몸뚱이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울컥 쏟아지는 설움이 제천에 도착해서도 멈추지 않았다. 다급하게 쫓아가는 병원에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엄마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눈앞이 캄캄해지는 몸뚱이가 곧바로 쓰러질 듯이 휘청거렸다. 하지만 평온하게 잠든 모습으로 올려다보는 엄마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한동안이나 멈추지 않는 장마에 굵은 빗줄기가 엄마가 떠나는 날에도 여전했다. 엄마를 보내드리는 아침에도 적잖은 빗줄기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보내드리는 순간에는 하늘이 도왔는지 사납게 쏟아지던 빗줄기가 슬그머니 멈추었다. 엄마를 보내드리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어차피 되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나셨다. 그리고 엄마를 그렇게 보내고 돌아온 지도 어느 사이에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엄마가 떠났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엄마를 잃은 충격에 또한 느닷없이 찾아드는 몸살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여전히 멈추지 않는 장마에 쏟아지는 빗줄기가 엄마를 잃은 슬픔을 더해주고 있었다. 오늘에서야 슬그머니 잦아드는 몸살이 천만다행이라는 한숨을 몰아쉬며 일어섰다. 이제야 변덕스러운 장마가 멈추는 하늘에서도 제법이나 따가운 햇살이 쏟아졌다. 창문을 열면서 올려다보는 부모산에서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엄마가 아른거리는 부모산을 머쓱하게 쳐다보면서 무엇 때문에 부모산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는 고개를 기웃거렸다.

창문에서도 마주보이는 부모산은 심심찮게 오르내리던 곳이다. 하지만 엄마가 입원하는 병원에 들락거리면서부터 부모산을 다녀온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였다. 한동안이나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부모산을 다녀오겠다고 나섰더니 제법이나 맑고 시원한 바람이 몰려들었다. 반기듯이 나풀거리는 풀잎과 나뭇잎들이 손�!求� 것 같기도 하다. 요란스러운 기적소리와 함께 내달리는 충북선 열차는 제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충북선 열차를 따라가는 눈망울에는 엄마의 모습이 스쳐가고 있었다. 아직도 엄마가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설움이 또한 한동안이나 멈추지 않았다.

연화사에 들어서면서 나도 모르게 부처님을 마주보는 고개를 숙였다. 주저앉기도 전에 엄마의 모습이 스쳐가는 눈망울이 시큼하게 젖어들었다. 적잖은 불효를 자책하면서 용서를 빌었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이제서 아무리 때늦은 후회를 한다고 떠나신 엄마가 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적잖은 그리움이 몰려드는 엄마를 만난다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꿈에서나 만나는 것이 가능한 엄마가 못난 자식의 불효자를 언제쯤이나 용서하고 만나 주실는지 모르겠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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