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책 펴내기 운동
1인 1책 펴내기 운동
  • 김송순 <동화작가>
  • 승인 2011.07.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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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송순 <동화작가>

창작을 하다 보면 공기 중에 떠돌고 있는 이야기들이 갑자기 내 마음속에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는 예상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내 글 속에 담기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양 팔을 뻗치고 서 있곤 한다.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는 재밌는 이야기 하나가 내 마음속을 들어오길 간절히 바라면서.

이렇게 이야기 모으는 걸 간절히 소망하며 사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모으는 일에 함께 한 건 참 보람 있는 일이었다.

'1인 1책 펴내기 운동'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로, 일상의 이야기나 생활체험 등의 흔적을 자신의 소중한 책으로 묶는 운동이다. 직지를 탄생시킨 우리 고장의 정신을 되새기고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시행한 책 펴내기 운동이기도 하다.

난 내덕2동 동사무소에서 이 일을 하면서 이야기들은 바람 속에도 머물지만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여러가지 색깔로 머물고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슬픈 이야기, 기쁜 이야기, 놀라운 이야기, 우스운 이야기 등등.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의 가슴속에 머물고 있던 이야기들은 그냥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5년 동안 이어진 이 사업 덕분에 많은 이야기들은 활자라는 옷을 입고 종이 위에 내려앉을 수 있었다.

올해도 난 여러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만났다.

그 이야기들은 그 사람의 인생에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힘들 때마다 한 장씩 꺼내 읽어보는 비밀 일기장이기도 했다. 그렇게 숨기고 있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툰 몸짓으로 적어 내려갈 때, 발그레하게 상기되는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두근대는 그들의 심장 소리를 나는 들을 수 있었다.

올해는 내 가슴을 유독 설레게 했던 그녀의 이야기가 있다.

자주 만날 수 없었던 그녀는 언제나 컴퓨터 화면 너머에 서 있었다.

그녀는 메일을 통해 자신의 가슴속에 날아다니는 이야기들을 적어 보냈는데, 그 이야기들은 내 편지함 속에서도 언제나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맞춤법은 조금 틀리더라도, 문장은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그녀의 가슴속에서 40년이 넘게 꼭꼭 숨겨져 살아왔던 이야기들은 참으로 자유롭고 따뜻했다. 그리고 가끔은 슬프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가슴 안에 숨기고 살아왔는지 안쓰러울 정도로 그녀의 이야기는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난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고, 가끔씩 파르르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잠깐 잡아주기만 했다. 그녀에겐 그 누구의 조언도 필요하지 않았고 들어줄 사람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다 80번째쯤 그녀의 이야기가 내 편지함에 도착하던 날, 나는 이야기 마지막 줄에 덧붙인 짧은 글을 한 줄 읽을 수 있었다.

- 이제 가슴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

8월쯤이면 그녀의 이야기는 활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읽힐 것이다.

그냥 바람 속으로 사라질 뻔한 그녀의 이야기는 어떤 감동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가슴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쏟아낸 그녀는 지금쯤 세상에서 가장 밝고 행복한 이야기를 새롭게 담고 있을 거란 확신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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