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주춤 충북문화재단
주춤주춤 충북문화재단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7.1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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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7월 창립을 선언했던 충북문화재단이 일시 중단에 들어갔다. 연일 상승곡선을 기록하고 있는 폭염처럼 6월 한 달간 지역 언론과 문화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 사안은 수면 아래로 잦아들더니 현재 주춤한 상황이다

장마피해와 폭염, 물가인상과 같은 지역 현안이 당장 코앞에 떨어진 불이고 보니 설왕설래했던 충북문화재단도 관심 밖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정치색 논쟁부터 인물 부재론까지 삼삼오오 모여 웅성대던 재단문제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까마득한 과거 일로 묻혀지고 있다. 5년이란 기다림의 난관을 뚫고 출발을 예고했던 재단 창립이 또다시 용두사미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재단 설립이 미온적인 방향으로 선회한 데는 충북도가 창립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돌출된 사안이 민감했던 만큼 대표이사나 이사진을 둘러싼 문제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도에선 여론을 지켜보며 천천히 창립을 준비하겠다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한 예술단체에선 올해 말 창립을 목표로 하자는 의견을 내놓아 재단 창립이 예상보다 훨씬 뒤로 밀릴 전망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문화재단 창립이 미뤄진 만큼 서둘러 장을 펼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서두르다 파행을 겪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럼에도 7월 창립이 무산된 후 수면 위로 떠오른 충북의 문화계 현실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는 현실말이다.

대표이사야 자리를 내놓은 상태지만 12개 지역 문화계인물로 구성된 이사진들의 거취는 오리무중이다. 아무말이 없으니 끌고가겠다는 것인지,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임명장을 준 이상 대표이사 선임만으로 수습하자는 의견도 있고, 아예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어떤 방식이 나을지는 모르지만 추진 기관에서 어떤 결정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지지부진할 것이 아니라 적당할 때 매듭을 짓는 결정이 필요하다.

그런가 하면 여전히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예술에 색깔이 어디 있고 성향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아직도 잡음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중립적 인물 선정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예총과 민예총 소속 인물을 배제한 채 중립적 인물을 선정하는 것도 기관의 오랜 숙제라면 숙제다.

매번 인물론에 허덕이면서도 제3의 인물을 고르려니 과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 차례 벌집 쑤셔 놓은 듯한 재단에 들어가 선뜻 봉사하겠다는 사람을 찾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오죽하면 세간에 회자되는 인물이 없냐고 되물을 정도다.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것인지, 인물을 키우는 데 인색한 것인지, 지역민으로 다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충북문화재단이 비록 답보 상태로 있지만 새로운 장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휴식기를 이용해 재단의 역할을 선명하게 정립하고, 지역의 고민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문화공동체로 꽃을 피우고 지역민의 삶결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메카로 거듭나기 위한 첫 발자국을 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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