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정국(夏閑政局)과 민생탐방
하한정국(夏閑政局)과 민생탐방
  • 남경훈 <편집부국장>
  • 승인 2011.07.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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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정치권이 하한기(夏閑期)를 맞아 '민생탐방'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년 같으면 국회의원들의 7, 8월은 긴 여름방학이다. 6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무섭게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올해는 사뭇 다르다. 8월 국회가 잡혀 있고, 내년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민생투어'를 통해 수해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는 등 당 이미지 제고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영남권을 시작으로 '희망대장정'을 벌여 당 정책을 홍보하고 사회적 약자계층을 보듬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먼저 여야 대표들이 잇따라 '현장 정치'에 모습을 드러냈다. 홍 대표는 한국노총과 참여연대를 방문해 노동계 현안을 들었고 손 대표는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한진중공업 현장을 찾아 파업 노조 간부들을 격려했다. 두 대표의 방문지가 한국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양당 대표가 첫 번째로 만났어야 할 대상은 노동계나 시민단체 인사들보다 지난(至難)한 땀과 눈물이 얼룩진 서민 생활의 현장이었어야 했다.

원래 민생탐방하면 떠오르는 정치인은 손학규 대표다. 2006년 7월부터 시작된 손 대표의 100일 민심대장정은 현장정치의 표본이 됐다. 아무 관심도 끌지 못하고 출발했던 민심대장정은 50여일을 넘기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니 손학규 따라하기 열풍을 몰고 올 정도였다. 당시 손 대표의 민심대장정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혹자는 노가다의 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만큼 처절하게 현장에 몸을 던졌다. 밭농사 논농사 축사 막장탄광 공장 건설현장 등 현장의 냄새가 그대로 묻어 났다.

이런 진정성은 국회 출입기자들이 뽑은 대통령후보 1위에 선정됐고,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40.4%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손 전 지사의 민심탐방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자, 정가에서는 '손학규 따라하기'가 시작됐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해 8월 한 달을 민생탐방의 달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물류비전 정책탐사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민생을 되살리자는 뉴딜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잠룡들의 민생누비기는 2006년 여름을 한껏 달궜다.

이로부터 꼭 5년이 흐른 지금 민생탐방이 다시 붐이 일어날 태세다. 바로 내년 양대 선거 때문이다. 한나라당을 웰빙 정당에서 서민 정당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홍준표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생 진보를 외치며 2차 희망 대장정에 나선 손학규 대표가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가 '보여주기식 정치'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형식적 현장 방문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실업과 실직, 저임금, 고물가에 고통 받고 삶에 지쳐 희망을 잃어버린 민초들을 찾아 먼저 눈물을 함께 흘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올여름이 서민들과 부대끼며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선량(選良)들의 소중한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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