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성희롱 '사각지대'여서야
공직사회가 성희롱 '사각지대'여서야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7.1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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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사무관급 공무원 성희롱·성추행 사건은 당사자의 추문이긴 하지만, 폐쇄적인 공직사회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단초'이다. 모 방송사 스태프들과 시청 공무원들의 식사자리에서 터진 일은 한범덕 시장의 '대시민 사과'라는 큰 파장을 낳았다. 청주시는 사안의 정도를 파악한 직후였던 지난 11일 당사자를 직위해제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여성단체들과 한나라당 질책과 우려, 대안을 촉구하는 입장을 잇따라 발표하기도 했다.

일이 터지자 여성공무원들이 유사사례를 하소연하는 일이 꼬리를 물고 있다. 남성 공무원들도 입 밖에 내길 꺼려했던 사례들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식이다. 몇몇 간부들의 과거 일까지 거론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공직내부에서 발생했더라면 어찌 돌아갔을까. 아마 이처럼 신속한 조치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사자들이 언급을 꺼렸거나, 문제제기를 했더라도 쉽게 노출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만약 피해자가 여성공무원이었다면 대놓고 말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거나, 무던히 반복된 경우나 가능한 일이다. 당장 결재를 받아야 하고, 언제 상사로 마주할지 모르니 외부기관에 상담하거나 폭로하는 방식은 불가능에 가깝다.

종종 공직내부에서 발생했던 일들이 남성 공무원 입을 통해 회자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스갯소리' 정도로 치부되기 일쑤다. 남성 시각으로 보면 너그러워 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굳이 얘기하더라도 겸연쩍어 상당부분 생략된 채 사건 정황이 전달되기 십상이라 피해 정도를 헤아리기 쉽지 않다.

문제가 불거져도 '구두 경고' 정도로 마무리 일쑤이다. 이번 일은 공직내부의 행태가 일을 키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인사철이면 보직과 승진을 놓고 몇몇 인사는 이런 유(類)의 일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었냐는 식으로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한다. 결국 청주시는 큰 대가를 치렀다.

최고로 안정된 직종의 하나로 꼽히는 여성공무원들은 '상식 밖의 복병' 탓에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받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사회가 오히려 이런 유類의 일에 대해 '사각지대'가 아니었는지 꼼꼼히 챙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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