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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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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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다시보기
5월 4일, 오늘은 운동회! 오늘도 어김없이 운동장에 만국기가 펄럭이며 운동회의 시작을 알린다.

지난해까지는 전교가 모두 7학급인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다보니 맡은 역할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아침 일찍 방송을 준비한 뒤 운동회의 식전 행사가 끝나면 바로 사진 촬영을 하다가 우리 아이들의 경기 순서가 되면 경기를 진행하고, 그러다 열심히 응원석에서 응원 지도를 하노라면 어느새 점심시간, 점심시간이 끝나면 전체 에어로빅을 진행한 뒤 다시 내가 맡은 오후 경기를 진행하고……. 운동회가 다 끝난 뒤엔 천막의 철거까지……. 정말 몸이 파김치가 된다는 표현이 실감났다.

운동회가 끝나면 너무 힘이 들어서 먹는것조차도 물 밖에 넘어가질 않았다.

젊은 나도 그럴 지경인데, 선배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이 드실까 싶어 감히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

올해 3월, 나는 모교인 창신초등학교로 전입해 왔다.

교과 전담을 맡았기 때문에 운동회의 무용을 연습시킬 일도, 학년 경기를 진행시킬 일도 없었다.

운동회의 날이 다가오면 올수록 선생님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과 아이들의 땀 냄새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더욱이 운동회의 당일 업무는 방송이었다.

때문에 제자이자 후배인 우리 창신 어린이들의 모습을 꼼꼼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열심히 방송해서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께서 그동안 수고한 노력을 잘 전달하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드디어 첫 경기인 1·2·3학년의 계주가 시작되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인지라 뛰는 건지 걷는 건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다들 열심히 달렸다.

선생님들은 순서에 맞추어 각 학년의 남녀 단체경기를 진행하였고, 무용도 속속 진행됐다.

요즘 선풍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꼭짓점 댄스까지 선보였다.

마지막인 4·5·6학년 계주 경기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경기였다.

부모님, 아이들 너나 할 것 없이 경기에 푹 빠져 응원과 관람에 열중했다.

정말 우리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이 꽤 오랜 시간 고생한 결과물이었다.

나는 방송석에 앉아 감탄사를 연발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게 셔터를 눌러댔고, 어린이들은 좀더 예쁘게 보이려고 멋진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총연습 때보다 훨씬 예쁜 모습을 보여줬다.

부모님들에게 주는 우리 아이들의 선물이었다.

아무래도 운동회의 꽃은 부채춤과 차전놀이인 듯싶다.

최고 학년들이 준비한 만큼 그 완성도가 대단했다.

분명히 나도 초등학교 시절에 부채춤과 차전놀이를 이곳에서 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 놀랐다.

요즘은 차전놀이와 부채춤을 하는 학교가 거의 없어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어린 줄만 알았던 우리 5·6학년 남자아이들이 동채를 앞세워 “동부야! 서부야!”를 외치며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너무 대견했다.

때로는 운동회를 준비하면서 왜 이렇게 힘들여 준비해야 하는가 하고 회의도 가졌었다.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교사 또한 운동회 준비에 모든 체력을 다 쏟아 부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운동회는 운동을 즐겁게 하자는 것이 아닌가, 평소의 학습 모습을 순수하게 보여주면 되지 않는가, 무용을 꼭 해야만 하는가 등으로 의견이 분분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점점 준비된 운동회에서 벗어나 하루 전에 준비해 당일날 열심히 운동하는 운동회, 혹은 레크리에이션 진행자와 함께하는 운동회 등으로 그 운동회의 형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당연히 부채춤이나 차전놀이를 볼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내 모교인 창신초등학교의 운동회를 보니 많이 고생한 만큼 보여 주는 것 또한 많은 듯하다.

아이들이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전통적인 운동회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물론 오랜 준비로 인해 생기는 단점들도 많을 것이다.

어떤 방식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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