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사관학교 어떤 선택 할까
공군사관학교 어떤 선택 할까
  • 한인섭 <사회부장>
  • 승인 2011.07.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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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훈련기 추락사고 이후 공군사관학교가 보여준 대민피해 대응 방식을 보면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년 넘게 소음피해에 시달렸던 주민들이 추락사고를 계기로 전에 없이 격앙돼 있는데 공사가 취한 태도는 '오불관언(吾不關焉)式'이다. 사고 이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피해 당사자들인 청원군 남일면 일대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검토해 보겠다는 게 전부 아닌가.

1985년 공군사관학교 이전 후 청원군 남일면, 가덕면, 문의면 일부와 청주시 지북, 장암, 장성, 평촌, 분평동 일부 주민들은 생활피해를 야기한 '훈련기 소음'을 무던히 참아 왔다. '정예 공군장교 양성'이라는 공사 존립 목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인내가 한몫했다고 봐야 한다.

주민들이 존립 취지에 공감했고, 아직까지 이런 정서는 상당부분 유효할 것이다. 그러나 청원군 남일면 고은리 마을 한복판 추락사고가 벌어진 상황 이후 공사의 태도를 보면 이런 유類의 우호적 정서에 갇혀 있거나, 상황을 오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공사를 이전했던 1980년 중반 무렵과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전 초기와 달리 청주 동남권으로 도시규모가 팽창해 공사와 훈련부대 턱밑에까지 근접해 있다. 생활양식이나 민원에 대한 태도 역시 엄청나게 달라졌다. 토지와 주택에 대한 개념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사실 이 지역 주민들은 비행안전구역 설정과 도시계획 제한 등으로 토지와 주택의 저평가와 그 피해도 감수하고 산다. 청주·청원 도시계획은 동서남북으로 하루가 다르게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개발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다. 그러나 비행권역에 묶인 청주 동남권은 이런 흐름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주민들은 이런 부분은 "그러려니." 치부해 일일이 따지지 않고 있다. 다만 생활피해만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정도이다.

2008년 무렵 같은맥락의 민원이 불거졌다. 비행노선을 인구, 주택 밀집도가 떨어지는 '대청호 방향'으로 수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공사 교장이 효촌초등학교를 방문해 주민 의견을 청취한 후 '긍정적 검토'라는 얘기가 나왔다. 공사 측은 그러나 얼마못가 '소음 민원은 크게 달라질 게 없어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또 한 차례 '벽'을 실감한 주민들은 곧 잠잠해졌다.

2011년 상황은 달라졌다. 머리 위 상공을 오가던 훈련기가 마을 한복판에 추락해 두동강 나면서 화염을 일으켰다. 탑승자 2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은 이제 소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남일면 이장단협의회가 전례없이 마을별 민원을 챙기고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대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정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공사가 먼저 나서 대처해야 옳았다. 사고원인 조사도 중요하다. 그러나 놀란 주민들도 동시에 헤아렸어야 했다. 지역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민원이 접수될 경우 검토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었다.

피해저감 방안과 여러 차례 제기된 노선변경 문제도 먼저 대안을 내놓는 게 도리였던 게 아닌가 싶다.

청원군 남일면과 청주시 분평동 일부 주민들이 조만간 정식 민원을 제기할 모양이다. 공사의 태도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이번 일로 공사는 지역의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지역사회·지역민과 함께 호흡한다는 긍정적 이미지와 신뢰감을 확보할 수도 있다. 선택은 공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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