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이근형 <포도원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1.07.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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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이근형 <포도원교회 담임목사>

좋은 놈. 우리 집 근처 작은 웅덩이에 낚싯대를 드리워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낚시 도구들을 펼치는 순간부터 어디서 나타났는지 서너 마리의 고양이들이 내 주변을 돌며 왱왱거린다. 그러나 이 녀석들의 출현 이유를 아는 데는 그 웅덩이에 시글거리는 블루길을 몇 마리 낚으면서 곧 풀렸다. 보통의 낚시꾼들에게는 별 인기가 없는 외래 어종인 블루길은 나도 환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블루길이 낚일 때마다 물가의 수초주변에 버리게 되는데, 그놈들은 이런 불로소득을 짭짤하게 맛보고 있었다. 낚시꾼의 주변을 왱왱거리며 어슬렁대다가 블루길이 버려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아작아작 씹어댄다.

언젠가는 낚인 고기를 손에 잡기도 전에 그 동작 빠른 놈 하나가 아직 낚싯바늘에 매달려 있는 블루길에 달려들어 물어버리는 통에 물고기를 잡으러 간 내게 고양이까지 낚는 행운(?)을 안겨준 그놈, 참 좋은 놈이다. 공짜로 고기를 먹고 낚시꾼에게 눈요기도 제공하고?. 근데 그놈들 쥐는 잘 잡을까?

나쁜 놈. 후배 목사의 집에 있는 놈이란다. 지가 집고양이인 주제에 어느 날은 뱀을 잡아 반 토막을 내어서 의기양양하게 씹고 있더라나? 더욱 소행이 고약한 것은 집 주변의 나뭇가지 위에서 재잘대는 참새도 제 놈의 사정권에 있다 싶으면, 잽싸게 점프해서 낚아채어 간식거리로 삼아버린다니.

"그러면 쥐도 잡고?" 내가 물었다. 후배 가라사대, "말할 것도 없지요. 아 이 놈이 얼마나 사나운지 집 주변에 있는 다람쥐 청설모 뭐 이런 것들을 사그리 잡아먹는다니까요.", "원래 어릴 때부터 그렇게 야성으로 충만했었어?", "그렇진 않아요. 어릴 때는 집 주변의 쥐나 잡아먹고 주는 밥이나 낼름거리는 순진한 놈이였죠. 그런데 어느 날 이놈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잃어버린 줄만 알았죠. 근데 한 삼 개월쯤 있다가 예고도 없이 집에 나타났어요. 몸을 살펴보니 온몸에는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말이죠.", "그랬었구나, 그놈의 나쁜(?) 성질이 생긴 것은 그 행방불명이 되어 있던 삼 개월 동안에 온몸에 상처와 흠집을 만들어 가며 만들어진 야성의 산물이었구나." 근데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놈을 왜 한 번 보기라도 하고 싶지. 내 마음까지 움켜버린 나쁜 놈. 날카로울 것 같은 눈매가 보고 싶다.

이상한 놈. 운전을 하다 보면 흔히 보게 되는 동물의 시체들. 끔찍하게 밟혀져 오징어가 되어 있거나 피와 내장이 흘러나온 채 엽기적으로 방치되어 있는 짐승들의 대부분은 고양이들이다.

개와 고양이 중에 어느 것이 날렵할까? 유연성, 점프력, 시력, 달리기 등의 능력을 비교한다면 단연 고양이일 것이다. 근데, 길 위에서 죽은 짐승들의 대부분은 개가 아니라 그 날렵하고도 잘나신 고양이들이니. 놈들을 끔찍하게 죽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과속으로 치달리는 몰인정한 운전자가 아니라 제 능력을 과신하는 놈들의 오만이 아닐까 그래도 개들은 차가 달려오면 제 주제를 알고 두려움이라도 갖지 않는가. 아예 개들처럼 죽음이 기다리는 도로에는 얼씬거리지를 않는 것이 상책일텐데, 제 주제라도 알고 있다면 죽지는 않을 텐데 참 이상한 놈들이다.

나를 돌아본다. 낚시터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며 공짜에 만족하여 쥐잡기를 포기해 버린 '좋은 놈'으로 살고 있지는 않는지, 온갖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숲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나서는 집에 돌아와 야성으로 충만해서 집 주위의 새며 다람쥐 청설모 심지어는 뱀까지 토막내는 '나쁜 놈'이 될지언정,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갈 데 못 갈 데를 구분 못하고 뛰어들다가 처참한 꼴을 남기는 '이상한 놈'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을 새겨본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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