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당신 실수하면 알지?
홍준표, 당신 실수하면 알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7.0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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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홍준표는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냈다. 95년 '홍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거요'를 시발로 2000년 '이 시대는 이렇게 흘러가는가', 2009년 '변방'이라는 책을 각각 출간했다. 모두 자신의 삶을 그린 에세이집으로, 앞의 하나는 검사를 그만 둔 시점에서 지나간 검찰 생활을 되돌아보는 것이고, 나머지 둘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의 주로 정치판 얘기다.

본인 스스로 당대표 당선연설에서 소개했듯 아버지가 일당 800원을 받던 경비원이었고, 어머니가 고리 사채꾼에 머리채가 잡힌 채 길거리로 끌려 나올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는 사시합격이라는, 이른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성공신화를 일군 후 첫 부임지인 청주지검에 모습을 드러낸다. 1985년이다.

그가 검사로서의 풍모(?)를 갖춰갈 즈음인 87년 5월, 얼마 전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병든 소 불법도축사건과 유사한 물먹인 소 불법도축사건이 충북 증평에서 터졌고 이를 홍준표가 맡게 된다.

한데 공교롭게도 불법도축의 뒤를 봐 준 인물이 다름아닌 당시 조직의 최고 정점이던 법무부장관 처가 쪽 사람이질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홍준표 앞에 붙잡혀 온 그는 같잖다는 듯 "홍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거요"라며 아주 점잖게 타이른다. 까불지 말라는 겁박이었지만 초짜 검사 홍준표는 눈하나 깜짝않고 그를 구속시킨다.

어찌 보면 모래시계 검사로 대표되는 그의 닉네임들, 이단아를 비롯해 문제아, 돈키호테, 독고다이, 럭비공, 야생마, 홍두깨, 저격수, 촌놈 등등은 바로 증평사건으로부터 그 태생적 유전인자를 갖게 된 셈이다. 그의 상징이다시피한 비주류 정치역정 역시 이러한 뿌리를 갖고 있다.

홍준표가 한나라당 대표에 오르자 언론들은 그의 책 '변방'을 인용해 "변방에서 중심, 주류로 들어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닌 게 아니라 홍준표는 검사는 물론 국회의원 생활을 통틀어 지금껏 늘 중심과는 일정부분 거리를 두며 자기 목소리를 키워 왔다. 잠시 원내대표를 맡을 때도 그는 중심 세력으로서의 조정역할보다는 자기색깔의 튀는 이미지로 더 각인됐다.

홍준표의 언행엔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검사시절엔 하늘 같은 선배, 그것도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6공 황태자 박철언과 고검장 이건개를 구속시킬 만큼 말 그대로 거칠 것 없는 강단의 소유자였고, 국회에 들어가서는 툭하면 상대 당 사람들한테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격앙된 결기와 원색적 입담을 들이대던 그였지만 그 이면에선 알듯 모를 듯한 유머와 여유, 인간미가 묻어났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홍준표는 정당이나 정파를 초월해 폭넓은 교류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것이 원초적인 촌놈의 기질이든 혹은 주린 배를 물로 채울 정도로 혹독한 가난을 겪어낸 사람의 이타와 배려의 통찰이든, 그것도 아니면 검사라는 절대 권력에만 도취했다가 정치판의 이전투구를 거치면서 비로소 깨우치게 된 인간성에 대한 회귀본능이든, 어쨌든 홍준표에겐 살가운 면도 많다.

결국 여당 대표 홍준표의 정치력은 이러한 양면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맞춰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성향은 자신과 체질적으로 다른 상대당과의 관계에선 오히려 더 유익할 수도 있다. 사실 우리가 홍준표에게 거는 기대감은 바로 이러한 양면성의 정치력이다.

또 한 가지, 변방이 중심으로 변하는 데엔 그만큼 위험도 따른다. 자칫 중심으로 인정받고 정착하지 못하면 그 변방의 자리마저 위태롭게 된다. 흔히들 말하는 노무현의 학습효과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이거다.

그러기에 홍준표에겐 지금 "당신 실수하는거요"라는 겁박보다는 "실수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이런 화법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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