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에서 웰빙으로
위생에서 웰빙으로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1.07.0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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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병든 소'를 불법으로 도축하고 이를 해장국집과 학교 급식으로 납품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먹을 것을 팔아 이익을 내는 음식점에서야 단가를 줄여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의도라고 백번 양보하여 이해한다쳐도 학교 급식에까지 납품될 수 있는 환경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하한가격을 정하여 두었기에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입찰할 수 없다지만, 품질이 낮은 무자격 육류의 납품을 막지 못했으니 이번 기회에 우리 급식의 식자재 공급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해장국을 판매한 음식점에 대해 공익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으며, 학부모 단체에서도 급식재료로 납품한 과정을 밝히고 학교 식자재 납품 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였다고 하니 앞으로 사건의 추이를 살피며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역시 먹을거리의 문제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임이 실감 난다.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학부모의 1/3 이상이 자녀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기보다는 학교 급식을 신청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은 양분되는데 자신이 어릴 때 먹었던 형편없는 급식을 생각해 도시락을 고수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학교 급식이 늘 싸 오는 도시락보다 영양적으로 균형이 있다고 믿는 학부모도 있다.

영국의 학교 급식은 2005년에 요리사 제레미 올리버가 급식개선 운동을 벌인 이후 학교 급식에서 인스턴트 음식이 줄고 질이 향상됐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급식수준이 향상되면 학생들의 학업능력도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식습관과 수학능력시험 성취도 간의 상관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아침식사를 매일 먹은 사람이 수학능력평가점수가 가장 높았던 반면 아침을 주 2일 이하로 거의 아침을 먹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이 수학 능력평가점수가 가장 좋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아침식사의 결식이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무관하지 않음이 밝혀졌으며, 균형 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채소류와 과일, 콩류와 유제품 등을 매일 먹는 소위 식습관이 좋은 사람이 수학능력평가점수가 좋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식습관과 영양교육의 중요성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강조되지만,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국가의 역점 사항으로 강조해 온 분야이다. '영양을 이야기하고, 영양을 공급하고, 영양을 가르친다'는 모토를 가진 미국 버지니아 주의 패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학생들이 '급변하는 글로벌 사회'에 필요한 건강한 신체를 갖추도록, 최고의 영양기준에 따른 급식을 제공한다는 높은 '비전'과 '미션' 아래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 급식의 관심은 위생 수준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선호와 특성을 고려한 우수한 급식 제공에 있다. 신입 학생들에게 무슨 알레르기가 있는지 점검하고 식단도 한 달 전에 배포함으로써 알레르기가 있거나 가려야 할 음식이 있을 경우 학생들이 자신의 음식을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급식 평가 카드'를 통해 급식에 대한 선호도를 파악한다. 가장 기본인 위생이라는 토대 위에 개개인의 선호와 특성을 염두에 둔 최고의 웰빙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른바 '병든 소' 파문을 지켜보며, 본지에서도 보도한 적이 있는 당진학교급식지원센터의 사례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신선하게 공급하려는 마음이 만들어낸 좋은 사례이다. 먹을 거리에 대한 관심과 교육은 안과 밖이 따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밖에서는 건강한 식자재를 공급하는 일에, 안에서는 균형있게 먹는 습관에 대해 가르치는 일에 더욱 힘쓰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급식도 위생의 굳건한 토대 위에 웰빙을 쌓아 올리며 학생들의 건강과 성장을 책임지는 최고의 시스템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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