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 놓은 당상, 사족
따 놓은 당상, 사족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1.07.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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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무슨 경기에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던 선수를 놓고 우리는 종종 '따 놓은 당상'이라고 자신만만해 한다. 그만큼 금메달감으로 손색이 없는 훌륭한 선수라는 것이다.

이렇게 어떤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이 없이 진행될 것이란 의미로 우린 '따 놓은 당상','떼어 놓은 당상','떼논 당상', '따논 당상' 등이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떼논 당상', '따논 당상'은 틀린 말이다. 본디 당상(堂上)이란 정3품 이상의 벼슬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로, 이들 관원을 통상 '당상관(堂上官)'이라 부른다. 이들 당상관은 망건에 옥관자·금관자를 달고 다녔다.

'떼어 놓은 당상'은 '따로 떼어 놓은 옥·금관자'처럼 당상관 외에는 아무도 소용이 없어 누가 가져갈 리 없다. 즉 확실한 일, 으레 자기가 차지하게 될 것이 틀림없는 일을 나타낸다.

현재의 우리말사전은 '떼어 놓은 당상','떼 놓은 당상','따 놓은 당상'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떼어'는 '떼'로 줄여 쓸 수 있다. 어간 '떼' 뒤에 유사한 음인 보조적 연결어미 '어'가 생략된 것이기 때문이다. '베어'를 줄여 '베'라고 하는 거나 '세어'를 줄여 '세'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받침 'ㅎ' 소리가 줄어 나타나지 않는 용언은 형용사인 경우 (까맣다-까마니, 퍼렇다-퍼러며) 'ㄴ','ㅁ' 앞에서만 가능하므로, 동사인 '떼어 놓은', '따 놓은'을 '떼어 논', '따 논'으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다가 무슨 일에 빠지거나 또는 꼼짝 못할 때 통상적으로 '사죽을 못 쓴다'라고 말한다.

"맞아, 그 멋진 남자 '아랑드롱' 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그녀는 사죽을 못 쓴다."

그러나 이는 틀린 표현이다. 사죽이란 말 대신에 '사족(四足)을 못 쓴다'라고 표현해야 맞다.

여기서 '사족(四足)'은 짐승의 네 팔, 또는 네 발 가진 짐승을 뜻한다. 두 팔과 두 다리를 가리키는 사지(四肢)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사지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표현할 때는 '사족을 못 쓴다'라고 해야 맞다.

한편 '군더더기 설명'을 '사족(蛇足)' 이라고 한다. 이는 화사첨족(�-訂驢�)의 준말이다. 뱀을 그리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뱀의 발을 그린 사람이란 뜻이다.

실제 뱀의 몸에 있지도 않은 발까지 그려 넣어 완벽한 화사화(�-鋌�)의 작품으로 몰고 가서는 결국 실패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사족의 얘기 또 하나.

"대전에서는 국제사이언스 행사가 열렸다. 이번에 열리는 '사이언스 행사'의 테마는 21세기 최첨단의 환상과 공포이다. 사이언스라면 '사족(四足)을 못 쓰는' 사람들 모두다 관람하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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