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배 군수의 '조용한 퇴장'
김문배 군수의 '조용한 퇴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0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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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창 맞짱'서 임각수 당선자와 '접전'
‘고교동창의 맞짱’으로 관심을 모았던 5·31지방선거 괴산군수 선거전에서 패한 김문배 군수(58)가 ‘조용한 퇴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김 군수는 괴산고교 동창생인 임각수 당선자(58)와 한치의 양보없는 접전을 벌였다.

공중파 TV토론에서 두 사람은 고교동창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방송권역 문제로 토론회장에서 오간 인신공격성 발언이 괴산지역에 방영되지 않은게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질 정도였다.

압승을 거둔 임 당선자는 기쁨에 젖었고, 김 군수는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던 악재들을 원망했다.

도내 유일의 자민련 단체장 신분을 유지한 덕에 한나라당과 자유민주연합이 합당한 대가로 한나라당 공천권을 따낼 때만 해도 김 군수는 3선 고지의 8부 능선을 밟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때 한나라당 경선 주자였던 노명식씨가 돌연 열린우리당으로 전환한 뒤 출마를 포기하고 임 당선자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면서 불길한 기운이 돌기 시작됐다.

여기에 박근혜 대표의 피습사건과 정우택 충북지사후보의 선전 등 잇단 호재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한나라당 바람은 괴산에서 만큼은 전혀 불어주지 않았다.

또 증평 분군(分郡) 책임론과 낙후군 책임론 등이 선거전에 활용됐고, 자신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초대형가마솥 제작 등 거의 모든 사업마저 선심성 행정으로 몰리는 상황까지 닥쳤다.

선거가 끝나자 지역에선 두 고교 동창생간의 앙금이 민심분열의 화약고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선거 패배 후 출입기자단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김 군수는 “오히려 잘됐어요. (군수를)바꿔보는 것도 좋지 뭐”라면서 비교적 무덤덤한 표정으로 술회했다.

또 “난 군수 당선되고 나서 너무 힘들었어요. 내 편이 없었거든요. 친구(임 당선자)는 나처럼 어렵지 않도록 (내가)도와주기로 했습니다”고도 했다.

이어 김 군수는 “결과가 이 정도일줄 예상했다면 선거 때 친구에게 좀 더 잘해줬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괴산에서 농사지으며 조용하게 살겠다.

혹시 친구가 행사장에 불러줘도 정중히 거절하려 한다.

전임군수가 오면 현직군수가 불편하거든”이라고 말했다.

김 군수가 조용하고도 명예로운 퇴장을 선택하면서 고교동창간 맞짱으로 예견됐던 후유증은 일단 없을 것으로 보였다.

/괴산 심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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