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추억 깃든 곳 다시 보고파"
"남편과 추억 깃든 곳 다시 보고파"
  • 한권수 기자
  • 승인 2011.06.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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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대 찾은 이유순 여사
지난주 학기말 시험으로 분주한 서구 도안동 목원대 교정에는 칠순이 훌쩍 넘어 보이는 백발의 노(老)부인과 5명의 중년 여성들이 감회에 젖은 눈빛으로 학교 이곳저곳을 유심히 둘러보고 있었다.

연락을 받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피아노과 민경희 교수의 안내로 총장실을 방문한 노부인은 김원배 총장을 만나 조만간 다시 학교를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여가 지나 총장실을 방문한 노부인의 손에는 흰색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봉투 안에는 200만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고, 그 돈으로 목원대에서 준비 중인 옛 신학관 복원기금으로 써 달라며 김원배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 노부인은 현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거주하고 있는 이유순 여사(77)로 이번 달 한국에 와 친척집에 머물던 중 소식을 들은 남편의 제자들과 이 여사의 제자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이 자리에서 이 여사는 제자들에게 목원대를 꼭 찾아가 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제자들과 함께 목원대를 방문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81세의 나이로 고인이 된 남편과 이유순 여사의 목원대와의 인연은 196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후퇴 때 월남한 평양 출신의 실향민 남편인 고 이창규 목사와 1963년 결혼한 이유순 여사는 경기여고와 숙명여대 음악과를 졸업 후 1964~1981년까지 목원대 피아노과 강사로 근무했다.

남편인 이창규 목사는 서울 감신대와 미국 보스턴대에서 학위를 마친 뒤 1963~1973년까지 목원대 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조직신학과 비교종교를 가르쳤고 학생과장과 교무처장을 역임했다.

체계적인 신학공부를 위해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가 에모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8년 현역에서 은퇴할 때까지 목회자로 활동했다.

한국을 찾은 이유순 여사에게 남편의 제자들과, 본인의 제자들이 여비에 보태 쓰라며 건넨 돈과 자신이 가진 돈을 모아 200만원을 마련, 목원대에 기부한 것이다.

이 여사는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했던 추억이 떠올라 목원대를 다시 찾으니 예전의 신학관과 채플이 사라지고 없어 마음이 허전했다"면서 "신학관 복원 소식을 듣고 부끄러울 정도로 적은 액수지만 꼭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로 남편이 소장하고 있던 60~70년대 학교 관련 자료와 더불어 도서와 논문들을 모아 목원대에 기증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원배 총장은 "귀한 정성을 보내주신 이 여사님께 감사드리며, 목원대의 역사와 정통성 회복운동인 신학관 복원을 위해 값지게 쓰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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