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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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1.06.0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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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화 원장의 미용칼럼
강희진 <수필가>

원룸촌에 들어서면 언제나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한낮에 들어서면 그 휑한 분위기와 쏟아지는 햇볕이 슬프게 하고 석양녘이면 쓸쓸한 햇살과 바람이 또 미치도록 외롭게 한다. 그래서 아이가 없는 틈을 타서 청소나 빨래를 해 두고 쫓기듯 원룸을 벗어나곤 한다.

요즘의 자취방은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에어컨에 냉장고에 세탁기 등 편리하다. 그런데 너무나 닫힌 공간이다. 세상이 무서워졌으니 나부터도 조심조심을 강조하지만 가끔 문을 열고 나오면 둘러 서 있는 철문만 보일 뿐, 모두 벽이고 사람구경을 하지 못한다. 엊그제는 아이가 방 열쇠 번호를 바꿔 몇 시간을 앉아 있으려니 내 고등학교 시절 자취방이 생각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를 했다. 학교가 끝난 토요일 집에 가려면 한나절은 가야 하는 거리였다. 절반은 포장도로를, 절반은 비포장 신작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저녁 때가 되고는 했다.

거기서 느끼는 고향의 향기는 낯선 도시에서 견디게 하는 힘의 원천이었지만 너무 멀어 자주 가지는 못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혼자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지금처럼 핸드폰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컴퓨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같은 중학교에서 온 친구들은 각각의 고등학교로 흩어져 멀리 있었다. 만나려면 주인집에 전화를 해서 바꿔 달라 해야 하는데 한두 명도 아닌 자취생들 전화를 일일이 바꿔주기 귀찮으니 잘 바꿔주지도 않았다. 그럴 때는 자연스레 같은 집 자취생들끼리 어울렸다.

보통 한 집에 서너 명의 자취생이 있었다. 대부분 창호지문으로 되어 있는 자취방 앞에는 좁은 쪽마루가 있고 합판으로 되어 있는 작은 문을 열면 부엌이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겨울에는 연탄불에 밥을 지어 먹었고 여름에는 곤로를 썼다. 부엌이 좁으니 밥을 한 번 하려면 마당 한편에 있는 수돗가에 자취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고 쌀을 씻다가 각자 자기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로 꽃을 피우다 보면 저녁이 늦곤 했다.

또한 주말에 집에 갔다가 오는 친구가 있으면 각자 밥만 들고 가서 반찬을 나눠먹었다. 그리고 나처럼 집이 먼 친구들이 주말에 집에 가지 못하면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 집으로 데려가 같이 주말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학교 친구들보다도 같이 자취를 하는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밤늦게 공부하다 나가 보면 창호지문 사이로 보이는 옆방 친구의 실루엣으로 친구가 뭘하는지 짐작을 했다. 같이 사는 언니가 늦게 들어와 열쇠가 없어도 쪼그리고 있다 보면 누군가는 들어왔고 그 친구 방에 있다 보면 언니가 들어오고는 했다.

밤늦도록 라디오가 있는 친구방에 모여 라디오를 듣고 함께 시험공부를 하고 다들 처음으로 부모를 떨어져 살았던 그 시절을 그렇게 함께 서로서로에게 힘이 되며 보냈다.

원룸촌을 둘러 본다. 다정빌라, 드림뷰, 해피하우스, 이름들은 모두 행복한데 시설이 하 수상해서인지 굳게 닫힌 문 사이로 웅크리고 있던 고독이 벽을 타고 흐르는 것 같다.



[미용칼럼]백문이 불여일견

홍도화 <예일미용고등학교장>

한국에서 멜버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자기 피부를 사랑하기 때문에 피부를 위해 일한다"는 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삼등석 비행기 좌석은 의자 간격이 좁아 통행은 불편하지만 옆 사람과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기에는 좋은 점도 있다.

그분은 호주에 사는 딸이 해산을 해서 몸조리시켜 주러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이목구비가 예쁘게 생긴 얼굴은 아닌데 주름이 보이지 않는 고운 피부의 소유자로, 우유 빛처럼 맑고 투명한 피부에 화색이 도는 말 그대로 '눈이 부시다.'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전업주부인 그분의 피부상태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는데 상상외로 나이가 많으셨다.

이런 분을 보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맞는다는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루 건너 한 번씩 피부에 수분과 유분을 공급해 주는 천연팩을 식습관처럼 빼놓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용을 전공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의 피부 관리를 위해 일하고 전공자들을 양성하기 위하여 가르치는 일을 40년이 넘도록 해 왔는데 자신의 피부에 별로 문제가 없다는 핑계로 투자하지 못한 시간들이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천적으로 좋은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니고 늘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려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이 자랑이라는 그분의 강의는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시장에 가면 먹을거리와 팩거리를 고르기 위한 노력을 했다며 이런 재료는 어디에 좋고, 저런 재료는 어디에 좋더라는 소개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밥은 굶어도 피부는 관리했다"라는 그분의 자랑 앞에 가히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피부를 관리하는 방법은 마사지와 팩이 있는데 같이 병행을 하는 것이 좋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분과 유분을 공급해 주는 팩을 습관처럼 해 줘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문 관리실에서 받는 것이 피부 타입에 맞춰서 관리를 해 줌으로 매우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집에서라도 꼭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한 예를 들자면, 개구리를 뜨거운 물속에 넣으면 살겠다고 바로 밖으로 뛰어나가지만 미지근한 물에 넣어 서서히 물을 데우면 뜨거운 물의 온도를 느끼지 못해 뛰쳐나가지 않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우리 피부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을 관리하지 않아도 묵묵부답인 피부는 정성들여 관리를 해도 6개월 이상 지나야 답을 해 주는 둔한 면이 있어서 소홀하게 여기기 쉽다.

마사지는 피부의 결을 따라 문지르며 근육이 뭉치는 것을 풀어주고 닦아 내면되니까 실천하기가 비교적 쉬운데 팩은 재료를 준비하고, 붙이고, 닦아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기피하게 된다.

그러나 가꾼 만큼 보답해 주는 피부는 주름, 또는 건조함을 정직하게 나타내 줌으로 습관처럼 관리를 꼭 해야 한다.

관리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얼굴, 목, 손을 꼭 같이 실시해야 하며 관리 전 묵은 각질을 제거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백문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을 실천한 그분을 보며 좋은 피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게을러서 하지 않은 것이므로 탄력 있는 피부를 위한 인내심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분에게 미용을 전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밥은 굶더라도 피부 관리는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말을 뇌리에 새기며 꼭 실천해야겠다는 결심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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