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무심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0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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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단다.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한국 사회가 진입한다고 한다.

15년 전만 해도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고 하더니 이젠 출산을 장려하는 판이다.

불과 15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국가 정책의 소산이다.

그럴 수 있다.

이해하자. 나라일을 하는 전문가들이 어련히 잘 하시겠지. 문제는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데 낳는 거야 어렵지 않다.

-여성들이여! 출산의 고통을 이해 못하는 남자의 졸렬한 안목을 이해해 주시길-. 키우는 것이 문제다.

치솟는 물가, 교육 여건, 사교육비, 늘어나는 범죄, 도통 아이를 안전하고 능력있게 키울 수 있는 현실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제반 악조건이 우리 사회의 저출산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외국 입양수준이 높기로 유명하다.

1950년 6·25전쟁으로 인한 고아들의 양산으로 2004년 현재까지 세계로 입양된 아동 숫자는 무려 15만 70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태어난 아이건 간에 나라에서 책임을 지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보내진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렇게 입양된 아이들은 모국도 잊고 모국어도 잊은 채 세상을 산다.

성인이 된 그들에게 모국에 대한 애틋한 정이 있을 리 없다.

그런식으로 방치하면서 아이를 낳아라 입양을 해라 하는 주문을 한다.

말은 쉽다.

그러나 그 실천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애는 어떻게 없애 줄건지….버려지고 잊혀진 아이들은 슬프다.

그나마 외국에서 이름깨나 날려야 한국계 운운하면서 아버지를 찾아주네, 명예 시민증을 주네, 내 아들이네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냥 버려지고 만다.

그리고 인구는 부족하단다천 년 전 고려 시대 노래다.

‘내 님을 그리워하며 우는 나와산 속의 접동새의 처지가 비슷하요이다넋이라도 님과 함께 가고자 하였는데님은 나를 잊으셨는가?님아 다시 돌아봐 주시옵소서.’(고려 가요 ‘정과정’ 의역 중략)아이를 낳아도 키울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출산장려정책을 국민들은 외면하고 있다.

입양된 아이들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피부색과 유전자는 한국인일지 몰라도 그들에게 이미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은 없다.

너나 나나 버려진 이들이다.

‘님을 그리워 우는 나와 산속의 접동새 처지가 비슷하다’는 한탄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부디 버리지 말자. 그리고 외면하지 말자. 이 땅의 힘없는 접동새 울음소리 슬프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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