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찾아야 할 재개발 사업
'출구전략' 찾아야 할 재개발 사업
  • 한인섭 <사회부장>
  • 승인 2011.05.2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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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재개발 사업'이라 통칭되는 청주시내 도시·주거환경정비 사업이 최근 들어 '시한폭탄'과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동네마다 사업이 진행되기는커녕 더욱 깊은 터널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조합 운영을 둘러싼 갈등도 극심해 조합장 직위 다툼에서 구역지정, 조합설립 적정성을 놓고 한 치의 양보없는 민·형사 소송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흥덕구 '사모2구역' 일부 주민들은 며칠 전 시청에 몰려와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60대, 70대 노인들이 대부분인 이들은 "살던 대로 그냥 살게 해 달라"며 목청을 높였다.

2007년 2월 추진위원회가 꾸려질 무렵 일정규모 이상 토지·건물을 소유했던 주민들은 '일이 잘되면 아파트 한 채 얻는 것 아닌가'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한다. 추진 주체들이 '환상'을 불어 넣었다는 점을 알게 된 이들은 "집 뺏기고, 셋방살이도 못하게 될 게 재개발 사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보상금 받아 새 아파트 입주비를 마련하려면 허리가 휠 것이라는 하소연도 했다. 주민 절반이 변변한 생활비조차 없이 사는데 거리로 나 앉을 일을 눈뜨고 당할 수는 없지 않냐며 거푸 볼멘소리를 했다.

59층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추진중인 사직4구역 역시 '시계 제로(ZERO)'이다. 용적률과 상업용지 비율, 도시경관 등을 결정하기까지 도시계획위원회가 8차례나 열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시행사 대표가 보해저축은행 대출비리 '몸통'으로 부상했다. 당장 토지매입에 유입된 자금에 의혹이 쏠리고, 매매 계약을 체결한 주민들은 잔금을 받을 수 있을지 막연해졌다. 사업에 투입할 자금은 있는지, 추진은 가능한지 가늠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일부 주민들의 주장이 틀린 소리가 아니다.

청주시내 재개발 붐은 인근 신행정수도, 세종시 추진에 힘입어 돛을 달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박 신화'를 낳은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붐에 지자체도 한껏 도왔던 시기가 있었다.

서울·경기지역 '뉴타운'은 이제 거품이 빠진 정도가 아니라 당사자들에겐'재앙'에 가까운 일이 됐다. 김황식 국무총리조차 '실패한 정책'이라 규정할 정도로 몰골이 사나워졌다. 토지장건물주 대부분은 추가부담금 지불 능력이 없다. 주택·건물 소유자들도 생존형 임대사업을 하거나, 집 한 채에 의지해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재정착이 힘들다. 수익이 보장돼 과거처럼 투자자가 몰릴 일도 없다. 전문가들이 겨우 내놓은 대안이 기반시설 설치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국비 지원액도 높여 조합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정도인데 이 역시 설득력이 없다.

청주도 마찬가지이다. 38개 사업구역 가운데 23곳은 추진위, 9곳은 조합이 설립돼 가동중이다. 사업이 구체화된 곳은 2~3곳에 불과한데 추진위나 조합 운영에 쓴 돈이 벌써 10억이 넘는 곳이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미 진퇴양난의 지점에 도달한 곳이 대부분이다. 민원 봇물이 터질 시점이다. '일몰제'로 요약되는 정부 입법 방안은 청주에도 유효한 '출구 전략'으로 여겨진다. 이는 조합 설립 후 4년 안에 사업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면 '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재개발 구역이 들썩이자 청주시가 실태조사를 한 바 있는데 어떤 방안을 놓을지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일몰제 적용이든, 원안대로 추진하든 이제부터는 옥석을 가릴 시점이다. 주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지자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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