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과 우리말의 뜻
한자말과 우리말의 뜻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1.05.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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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우리말을 사용하자고 하면서 유교문화권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한글과 한문을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나도 우리말 애용론자이지 전용론자는 아니다.

한자말과 한글을 혼용하면서 우리가 간과하는 말이 있다. 제대로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한자말은 대체적으로 한자의 뜻이 잘 적용되어 있지만 반대로 애매한 뜻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예의 하나는 '제자(弟子)'는 '아우 제', '아들 자'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뜻의 본래 의미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 즉, 문도(門徒)를 뜻한다.

'공부(工夫)'라는 말도 장인 또는 공업의 '공', 지아비 또는 사내 '부'를 사용하는데, 학문과 기술을 닦는 일로 되어 있어 실제의 한문뜻과는 다르다.

한글 표준어 규정에서는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 널리 쓰이는 말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 굳어져 사용하는 위의 모순된 한자어와 우리말의 뜻을 이제와서 어쩔 수는 없지만 학문은 영원한 인간의 지식의 원천이다.

학문을 들여오는 초기에 좀 더 깊게 성찰하여 정착시켜야 한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시인 '괴테'의 말처럼 "유능한 사람은 언제나 배우는 사람인 것이다."

명창 신재효의 판소리 춘향가>를 들어보면 '한산 세저 구슬빛 옥색 몸에 맞게 지은 도포'라는 대목이 나온다. '구슬빛과 옥색(玉色)'은 모순된 겹말이다. '구슬옥(玉)'은 끈에 꿰게 된 작고 둥근 옥이다. 앞말과 뒷말 중에 하나는 빼야 바른말이다.

지명도 비슷한 예가 있다.

서울 강남에 가면 '개포동'이 있다. 이 마을은 본래 늪이 진 땅이다. 우리말의 직접적인 표현은 '개땅'이 맞다. 어느 세월에 걸쳐 개땅에 마을이 형성되자 지명이 '개포(浦)'로 굳어져 버린 겹말이다.

그리고 그물코 같은 구멍이 있는 망 '구슬망(網)'은 핏줄 검사용 치료 기구이다. 나무판에 금을 긋는 연장도 '금(金)쇠'라고 한문과 한글을 동시에 사용하는데 이는 '금쇠'가 바른말이다.

우리가 알거나 모르거나 무심코 쓰는 한자와 한글의 겹말이다.

각(角)뿔마다, 끝말(末)마다, 난생(生)처음, 낱개(箇)로 하나씩, 늘상(常)마다, 집당(堂)을 지나, 두메산(山)골 내 고향, 살아생전(生前)에 효도하려고, 미치광(狂)이 처럼, 시(時)도 때도 없이, 시시(時時)때때로, 앞선(先), 앞전(前)에, 야(夜)밤에, 얼혼(魂), 유아원(院)집, 족(足)발집, 촌(村)마을마다, 탄(彈)알박이, 우거지탕(湯)국 한 그릇, 한(限)도 끝도 없이, 해년(年)마다, 굳건(建)하다, 글자(字)마다, 뼛골(骨)깊이 새기다, 온전(全)하다, 장(場)마당을 지나, 튼실(實)하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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