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철저한 예방만이 살길이다
구제역 매몰지, 철저한 예방만이 살길이다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5.2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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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구제역이 쓰나미처럼 전국을 강타하고 난 뒤 4개월 만에 다시 구제역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구제역 매몰지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와 악취 등 2차 환경오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 급작스레 덮친 구제역 사태 속에 수십구에서 수천구의 구제역 소·돼지를 끌어덮는 데 급급했던 당시를 생각하면 2차 환경오염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여름 무더위를 방불케 하는 고온현상이 시작되면서 매몰지에 대한 우려는 재앙 수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5월 초부터 구제역 매몰지에 대해 현장조사를 해 오던 시민조사단은 24일 중간발표를 통해 매몰지에 대한 심각성을 알렸다. 조사 결과 충북 진천군의 구제역 매몰지 3곳에서 침출수 유출과 악취, 기름띠가 발생하는 등 2차 환경오염 징후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중간조사 기자회견장에는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되는 장면과 가스가 분출되고 있는 장면도 공개됐다. 또 침출수로 추정되는 물이 인접한 논으로 흘러드는 모습에 다시금 국민 안전에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조사단의 구제역 매몰지 현장 조사와는 달리 충북도나 관계기관은 침묵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매몰지에 대한 우려나 조사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조차 없다. 심지어는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 매몰지의 경우, 침출수 유출이 문제가 되자 사태의 심각성을 숨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줘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번 시민조사단의 조사를 보면서 시민들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발벗고 나서서 현장을 조사해야 할 관계기관은 뒷짐지고 있고,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현장조사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꼴이니 말이다. 그래도 시민들이 조사하겠다고 도와 관계기관에 매몰지 전체 현황 자료를 요구해도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어찌 된 일인지 속내를 알 수 없다. 문제가 될성 싶은 사안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시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기관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이번 사안을 보며 또다시 묻게 만든다.

지난 23일, 시민조사단과 함께 괴산과 증평 일대의 구제역 매몰지 현장조사에 나섰다. 25도를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 진행된 조사는 매몰지를 찾아가는 자체만으로도 힘들 만큼 어려운 조건에서 진행됐다. 매몰지에 대한 주소가 기록돼 있지만 현장을 찾는 일은 내비게이션을 이용해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찾아내 조사한 현장은 고작 10곳이었다. 도내에 229개소의 구제역 매몰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조사는 산적한 과제임을 짐작하게 한다. 또 조사의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시민조사단이 할 수 있는 활동의 한계는 분명하다. 분석적인 측면에서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시민조사단은 민·관·학 공동 조사단 구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조차 불확실한 불안한 상황이다.  지금은 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한 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2차 환경오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역에는 구제역 사태가 쓰나미처럼 강타했을 때, 철저한 예방만이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음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리고 꽁꽁 얼어붙은 살포기 앞에서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휴일도 없이 보낸 공무원들을 시민들은 기억한다. 시민은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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