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가족 이야기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1.05.24 2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심억수 <시인>

상큼한 솔향에 초록이 점점 짙어지는 5월입니다. 산과 들의 푸른 생명에 눈을 뗄 수 없게 되고 마음은 자꾸 착해지는 느낌입니다. 새로 나온 잎의 푸른빛에 감사해야 할 날들과 보답해야 할 날들, 더불어 베풀어야 할 날들이 새록새록 나의 마음을 흔드는 계절입니다.

문득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이 펴낸 "가족,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라는 책의 제목이 생각납니다. 정말로 사랑할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번번히 사랑해야 할 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버님께서 나에게 "때를 놓치지 마라."라고 당부하였는데도 나는 늘 때를 놓치고 살았습니다. 놀기에 바빠 밥 먹을 때를 놓쳐 늘 어머니의 성화를 들었습니다. 공부를 등한시하여 제때에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여 아버님의 꾸중을 들었고 취업도 늦어 부모님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지금까지는 때를 놓치고 살았지만, 이제는 내가 가족을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방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표현하는 습관이 안 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식구들은 내가 말로 표현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 다 알겠지 하고 나 스스로 속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님께는 무척 죄송한 말이지만 자라면서 본데없이 자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할아버지의 근엄한 모습과 아버님의 엄격한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다정하고 자애로운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두렵고 무서운 존재로 나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아버지는 늘 하지 말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나는 긍정적인 사고보다는 부정적인 사고가 더 많이 오랜 시간 나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의식과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아내와 아이들에게 나의 아버지가 하던 대로 근엄하려고 노력하였고 엄격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것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착각하였습니다. 젊었을 때는 가족을 위하여 열심히 일한다는 핑계로 밖으로만 돌면서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아닌데 하고 뒤돌아보니 내가 가족에게 무심하고 가부장적인 행동으로 가족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방법도 사랑받는 방법도 잃어버린 나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선 가족들과의 소통하는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찾다 보면 해결책은 꼭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결혼하고 나면 소외감은 점점 더 많이 느낄 것이고 가족의 소중함은 알지만, 표현 방법을 몰라 그들과 소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가족들과 함께 웃고 함께 즐거워하며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이제부터 내 아내는 늘 그래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겠습니다. 내 아내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또한, 당신의 생각은 그랬구나! 너희는 그런 생각을 했구나 하는 긍정의 마음을 가질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나의 버릇과 행동이 변하기는 어렵겠지만, 자꾸 변화를 시도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옆에서 아내가 지켜봐 주고 기다려 준다면 말입니다. 가족이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아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족을 지키고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나에게 묻습니다. 너는 네 가족에게 참다운 사랑을 받았느냐고 묻는다면? 너는 네 가족에게 참다운 사랑을 주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긴 겨울을 지나 새록새록 돋아난 5월의 초록처럼 내 마음 가득 가족의 소중함이 움트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