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스승
내 마음의 스승
  • 소천 홍현옥 <시인>
  • 승인 2011.05.22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소천 홍현옥 <시인>

아카시아 꽃향기가 내 마음을 스치는 걸 보니 모내기 철이 되었나 보다. 시어머니 건강이 안 좋아 병원에 왔다갔다 하느라 스승의 날도 지나치고 말았다. 지나는 유치원 꼬마의 탐스러운 꽃다발을 쥐어든 마음이 아름답고 선하게 보인다. 어머니 뱃속에서 세상 빛을 보는 순간 우린 스승을 만난다. 울음소리가 멎기도 전에 어머니 젖꼭지의 길을 가르쳐 준 어머니는 나의 영원한 스승이며, 한평생을 살면서 나를 일깨워 주는 분이시다.

아장아장 걸음이 시작되면 어린이집엘 간다. 조금 더 자라면 유치원에 가고 그 다음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다음은 사각모를 쓰고 벗는다. 인생을 살면서 만나고 헤어진 스승의 발길이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 유독 머릿속에 남는 스승이 있다면 어떤 분을 마음속에 올려 보고 싶은가. 내게 가장 많은 지식을 알려준 분일까. 아니면 내가 어려울 때 나를 세워준 분일까. 내게 인성을 길러준 분을 내세울 것인가. 사람마다 사고와 느낌이 다르므로 각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옛날 어른들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며, 스승의 은혜를 하늘같이 생각하며 존경하는 마음으로 가슴속 깊은 곳에 스승의 은혜를 간직하며 사는 분들도 많다.

내가 외로울 때 언니도 되어 주시고, 내가 힘들 땐 호주머니에 용돈을 넣어주시던 내 가슴에 사랑을 심어주시던 스승님. 내가 진로를 결정 못할 땐 아버지처럼 내 진로를 진정으로 결정해 주시고 내가 웨딩마치를 울릴 땐 주례사로 나를 지켜주던 그 모습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 나의 존경하고 사랑하는 은사님의 여위어진 모습이 내 가슴에 그리움의 목마름으로 피어오르면 나는 은사님께 전화를 돌린다. 당신의 사랑의 지팡이를 만나지 않았던들 오늘의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을까. 당신께선 가족의 배고픔도 묶어 두시고 제자들의 배고픔에 귀 기울여 주던 그 하해와 같은 은혜를, 산 넘고 강 건넌 지금도 내 마음에 쓸어내려도 쓸려 내려가지 않는 아름다운 선물은 내 가슴에 영원히 남는 스승의 발자취가 되곤 한다.

내게 안겨준 가슴 저미는 사랑에 그때를 떠올리며 잔잔한 감동에 젖어 고개를 숙일 때가 많다. 사춘기 때 감성조절이 안 되어 말대꾸하며 따지고 대들어도 더 나이 먹어 철 들면 알게 될 거라고 빙그레 웃으시던 여고시절 국어선생님, 결혼 후에도 잊지 않고 새해가 되면 묵향 가득한 수묵화를 그려 보내 주셨는데. 그 아름답고 깊은 모습은 내 가슴에 영원한 지팡이로 남아 있다. 제자가 스승을 생각하는 마음은 스승이 제자를 생각하는 마음에 비교하면 햇병아리 모이 쪼는 격일 것이다. 비슷한 조건에서 비슷한 교육의 기회를 가졌다 해도 받아들이는 느낌의 바가지는 바라보는 입장에선 마음의 기준을 두고 표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나를 거쳐 간 사람들이 뿌리내리는 장소마다 선행을 이루기를 빌 수도 있을 것이고,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주위를 바로 바라보고 착하게 살기를 희망해 보기도 할 것이다. 세상은 사람답게 살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시기 질투 비방 욕심 내세우지 말고, 이웃부터 사랑하며 살아가는 자세가 제일 중요한 인생길 덕목이 아닐까. 사랑이 사랑을 낳고, 사랑이 이웃을 낳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며 내 주위에 많은 이웃을 사랑으로 낳아야 할 것이다. 스승에게서 배운 은혜와 감사, 부모님께서 배운 영원한 깨달음의 고마움. 이런 마음으로 스승의 날에만 꽃을 달아 드릴 것이 아니라 늘 스승의 은혜에 마음의 꽃을 달아드림이 좋을 듯하다.

배움이 영원하듯 인생의 스승은 내가 살고 지는 한 영원히 내 가슴에 남아 있다고 한다. 잠시라도 나를 일깨워 주는 분이라면, 한때라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면 그게 바로 사람 사는 길일 것이라 생각하며 오늘을 살아야겠다. 내 마음의 스승은 언제나 내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를 인도해 주는 분은 언제나 나의 스승이 아니겠는가.

스승님! 오늘은 오월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하늘에 묵향 가득한 수묵화를 그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