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95>
궁보무사 <9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3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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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는 필사적으로 두 손 모아 용서를 비는데...

13. 오근장의 최후

“아, 아이고 나리! 나리! 잘못했습니다요. 제가 잘못 했습니다요. 제발 살려주십시오.”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사내는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두릉을 향해 두 손 모아 싹싹 빌어댔다.

그러고 보니 사내의 체격은 무척이나 왜소한 편이었다.

“하, 요 연놈들 정말로 못 쓰겠는데. 보아하니 제각각 남편과 마누라를 두고 있는 유부남 유부녀 같은데, 벌건 대낮에 눈이 맞아 감히 오입질이라니…….”창리가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두 남녀를 번갈아 쳐다봐가며 소리쳤다.

“아이고, 나리! 나리! 살, 살려주십시오. 제발. 이렇게 제가 싹싹 비옵니다.

”여자는 바로 앞에 서서 꾸짖고 있는 자가 팔결성 내에서 제법 행세깨나 하는 창리 대신인 줄 그제야 알아보고는 갑자기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싹싹 빌어댔다.

장수 두릉은 높이 들어 올렸던 사내를 쓰레기 버리듯 아무렇게나 바닥 위에 내동댕이쳤다.

“으악! 아, 아이고, 아이고…….”바닥에 떨어진 사내는 아파할 겨를도 없이 두 무릎을 질질 끌고 두릉과 창리 앞으로 얼른 다가와 두 손 모아 싹싹 빌어대기 시작했다.

“나리! 나리!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으흑흑흑……. 제발-.”“정말이지 다시는 이런짓 하지 않겠사옵니다.

”두 남녀는 정말로 비참한 강아지처럼 징징 울어가며 싹싹 빌어댔다.

원래 팔결성의 법률은 성범죄에 관한한 매우 엄격하였다.

특히 유부녀와 유부남이 서로 눈이 맞아 몰래 간통을 하다가 발각이 될 때에는 두 사람 다 완전히 발가벗겨가지고 밧줄로 한데 꽁꽁 묶은 채 거리를 질질 끌고다니는 걸 거의 불문율처럼 정해놓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것은 이 조그만 성 내에서 곧 죽음이나 다름이 없는 형벌이기에 이 두 남녀는 지금 이렇게 필사적으로 두 손 모아 용서를 빌고 있는 것이었다.

“네 이 놈! 네 놈의 죄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두릉이 다시 소리쳤다.

“예예……. 하, 하지만……. 저희들이 아주 결정적인 일까지는 벌이지 않았습니다요. 나리! 방금 전에 보셨다시피 말입니다.

”사내가 와들와들 떨면서 자기 딴엔 그래도 변명을 한답시고 이렇게 말했다.

“뭐라고. 그러니까 네 연놈들이 아직 결정적인 죄를 짓지 않았단 말이냐.”“예.”“에끼! 이런 놈 봤나. 네 놈이 우리들한테 조금 일찍 들켜서 풀칠만 못했다 뿐이지 실은 거의 한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더냐?”“하, 하지만 분명히 저희들은…….”“말이 많다 이놈아. 남의 마누라 그곳 안에 골고루 침칠까지 해놓은 주제에 할 말이 뭐가 그렇게 많다고.”옆에 있던 창리가 사내의 주둥이를 가볍게 발로 걷어차 대며 소리쳤다.

“흑흑흑……. 나리! 저는 정말로 억울하옵니다.

실은 이 남자가 여자인 저를 협박해가며 여기까지 억지로 끌어와가지고서리…….”여자가 몹시 억울한 표정으로 울먹거려가며 이렇게 변명하려했다.

“어허! 요런 발칙한 계집년 보았나. 네 년이 이놈에게 그 곳 안이 침 범벅이 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던 걸 우리가 못 본 줄 알았더냐.”장수 두릉이 칼집 끝으로 여자의 머리를 가볍게 탁탁 두들기며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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