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족'이라는 수치스러운 호칭
'메멘토족'이라는 수치스러운 호칭
  • 김봉식 <서산소방서장>
  • 승인 2011.05.0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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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식 <서산소방서장>

얼마 전 우연히 한 매스미디어를 통해 '메멘토족'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 그 단어를 접했을 때는 청소년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조어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그 단어의 숨은 뜻을 알고는 충격과 밀려오는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다.

'메멘토족'이라는 말은 한 외신기자가 큰 재난이나 사고가 나면 그 당시에는 떠들썩하게 반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사고를 까맣게 잊고, 같은 사고를 매년 되풀이해서 당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빗대어 말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 방송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모 퀴즈 프로그램에서 '보릿고개'라는 단어의 뜻을 몰라 많은 학생들이 탈락하는 모습과, 얼마 전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를 지켜보며 "우리나라도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눈부신 발전을 토대로 이제는 선진국의 반열(班列)에 들어섰구나!"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긍심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메멘토족'이라는 단어는 충격 그 자체였으며 그 원인에 대해서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을 고민한 끝에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의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에 있었다.

40년 남�!�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한 '한강의 기적'의 이면에는 짧은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는 '빨리빨리 정신'이 내포되어 있었다.

이 때문인지 안전이라는 말은 항상 사전적인 의미로만 존재하는 단어일 뿐 사회 전반에 안전 불감증이 만연되어 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화재 등 대형사고로 이어져 이로 인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시설을 불법적으로 훼손하여 화재 발생 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를 찾는 것은 여반장이며, 소중한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 등의 소방시설에 대한 조그만 투자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우리들의 현주소인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메멘토족'이라는 수치스러운 오명을 벗지 못한 채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스스로 만족하며 안주만 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불과 50여년 만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의 나라로 성장한 저력 있는 민족이다.

이 저력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을 타파하고 진정한 세계 초일류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천하수안망전필위(天下雖安忘戰必危)·편안하고 안전할 때 위기를 잊고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반드시 위기가 도래한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가슴깊이 되새기고 이제는 우매한 '메멘토족'이 아닌 '어떠한 위기에도 항상 준비되어 있는 세계 최고의 민족'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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