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성취도와 어린이 행복지수
교육성취도와 어린이 행복지수
  • 한인섭 <사회부장>
  • 승인 2011.05.0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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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어린이 날이 임박하자 아이들의 현실 인식과 삶의 질을 가늠할 만한 다양한 조사 결과가 쏟아졌다.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때가 때인지라 아이들을 새삼 주목하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가장 눈에 띈 내용 가운데 하나가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 행복지수 연구 결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한국방정환 재단이 '2011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를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인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3개국 가운데 '최하위'로 분석됐다. 주관적 건강과 학교생활 만족도, 삶의 만족도, 소속감, 주변 상황 적응, 외로움 등 6가지 영역에 대한 질문 결과를 '행복지수'라는 것으로 계량화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65.98점을 기록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스페인(113.6점)보다 47.6점이나 뒤처졌다. OECD 평균(100)보다도 34점이 낮았다.

아시아권인 중국은 물론 헝가리보다도 20점 이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초등학교 4학년~고교 3학년 학생 6000여명을 조사한 것인데 '충격적인 결과'라는 수식어와 함께 소개됐다.

부정적 조사 결과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한국 어린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2009년 64.3점, 지난해에는 65.1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교육성취도와 생활방식'을 측정하는 항목에서는 최상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물질적 행복, 보건·안전, 가족과 친구관계 등 대부분의 항목에선 중상위권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교육 성취도는 최상위로 평가됐지만, 어린이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는 최하위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곧 풀린다. 충북도교육청이 4학년 초등학생 8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남학생들이 부모에게 가장 바라는 항목은 '학원을 쉬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아 달라는 답변과 용돈 올려 달라는 항목보다 훨씬 많았다는 답변이다.

부모가 가장 싫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역시 '공부만 하라 할때'였다.

도시와 농촌 가릴 것 없이 학교 공부가 끝난 후 보통 2~3개 학원을 다녀야하는 초등학생들이 처한 현실과 고민, 학부모들의 일반적 행태가 그대로 담겨있는 내용이다. 학부모들은 학원 다니기 힘들겠거니 할 정도로 받아들이지만, 어린이 행복지수를 최하위국으로 끌어내리는 결정적 요인을 제공한 셈이다.

학교 교육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전국교직원노조 제천·단양지회도 어린이 날을 앞둔 지난 3일 한마디 했다. 일부 초등학교의 강제 보충수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 올리기와 학력 제일주의를 밀어붙이려는 반교육적 부정행위라며 교육당국을 질타했다.'학력신장'이라는 지상 목표하에 학교별 평가까지 치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실적에 내몰린 일선학교들이 택할 법한 방식이라 짐작할 수 있다.

OECD 국가 중 '교육' 부문 최상위국이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행복지수'는 내팽개친 결과이자 '최하위'라는 불명예와 맞바꾼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오면 쳐진 지수를 끌어올리자는 게 보통의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와 교육현장은 '교육성취도'에 더 치중할 게 뻔하다. 행복지수를 높이자는 얘기를 어색하게 한 어린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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