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료의향서
사전의료의향서
  • 강태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11.05.03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존엄사 김 할머니, 호흡기 제거 201일 만에 별세' 지난해 1월 10일자 뉴스 제목을 기억하시는지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중단돼 존엄사 논란을 일으켰던 '김 할머니' 사건.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의 인공호흡기 사용을 중단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산소호흡기를 제거했었죠. 이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의료단체들은 '연명치료 중지에 대한 지침'을 제정한 바 있습니다.

연명치료 및 중지를 적용해야 하는 대상은, 말기 상태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제1수준 환자부터 의사결정 능력이 없으나 특수 연명치료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제2수준 환자, 의사결정 능력이 없으며 특수 연명치료를 적용해야 할 제3수준 환자, 임종 환자 또는 뇌사상태의 제4수준 환자로 분류했습니다.

제4수준 환자는 의학적 판단과 가족의 동의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지할 수 있고, 제3수준 환자의 경우에는 '환자가 기왕에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경우나, 기존에 의사를 표하지 않았더라도 ①객관적인 의학적 판단과 ②환자의 추정적 의사 또는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여 병원윤리위원회에서 특수 연명치료의 중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제2수준이나 제1수준 환자는 원칙적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없도록 하되 법원에서 연명치료중지 판결을 받으면 가능토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존엄사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주신 분이 바로 김수한 추기경이십니다.

평소 생명윤리를 강조해 온 김 추기경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것을 우려, 기계에 의존한 무의미한 생명연장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입원을 하실 때 의료진과 약속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의료진은 입원 치료 중 호흡곤란으로 위독해졌을 때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추기경은 선종 이틀 전까지 식사도 스스로 하고, 산소호흡기와 심폐소생술, 그리고 진통제도 없이 스스로 숨을 쉬며 온전한 정신으로 주어진 삶을 고요히 마치셨다고 합니다. 우리는 추기경께서 보여준 품위 있고 의연한 죽음을 본받아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추기경처럼 입원 전에 의료진과 약속하는 과정이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전의료의향서(事前醫療意向書, Advanced Medical Directives)라 하여 말 그대로 "내가 죽음에 임박하였을 때, 어떤 치료는 하고 어떤 치료는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서류로써 미리 밝혀 놓는 것입니다.

사망에 임박한 본인은 의식이 없거나 의식이 있어도 불명료하고, 자기의 의사를 밝힐 능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죽음에 이르러 그러한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하여 정신이 명료한 지금 미리 자기의 의사를 적어 놓자는 것입니다.

물론 가족에게 알리고, 나중에 그러한 상황이 닥치면 본인이나 가족이 의료진에게 제시, 무의미한 생명의 연장을 하지 않게 하자는 것입니다. 미리 자기의 의사를 알리면 사망에 임박한 본인과 가족, 의사,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게 됩니다.

죽음을 맞이할 때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대부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십상이고, 그럴 가능성이 예상되는 사람은 누구나 '사전의료의향서'를 써놓는 것이 좋겠는데, 여러분의 의향은 어떠하신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