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다듬는'사랑의 가위손'
'행복 다듬는'사랑의 가위손'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4.28 2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 예일미용고 이·미용 봉사동아리 '이끌림'
오는 9월까지 매월 셋째 토요일 철당간서 활동

'우리 개개인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모두 이런저런 봉사를 한다. 만일 의도적으로 이런 봉사활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봉사하고자 하는 욕구가 점차 강해져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세상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간디)

베풀고도 자원봉사자들이 환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미용 특성화고등학교인 예일미용고등학교 봉사동아리 '이끌림'(지도교사 박주연)은 매월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한다. 비록 배우는 학생이지만 그들의 손놀림과 봉사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프로다.

이끌림 동아리에는 이 학교 2학년 이다영, 강아름, 이서인, 박한솔, 이미숙, 김별, 김다솜, 진서영, 허은비, 이수진, 문희애, 박정민, 박수진 등 13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동아리는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매월 셋째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청주철당간에서 이·미용봉사를 한다. 지난 2008년 예일미용고 개교 때부터 운영돼 오는 이 동아리는 1학년 때는 2학년 선배와 교사들의 뒤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봉사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2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봉사원의 자격을 부여받아 노인들의 머리카락 손질을 한다. 교실에서 배운 미용 기술이 재능기부로 이어져 학생들은 나눔을 통해 사랑을 전하고 사랑을 받는 메신저로 재탄생하는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 8월엔 청주용담동주민센터와 봉사 협약을 했다. 또, 청주중앙공원에서 매월 1회 정기적인 봉사도 한다.

박주연 지도교사는 "교실에서 배우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교실에서 가르칠 수 없는 인성교육과 예의를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접촉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배운다"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또래친구들한테서 느낄 수 없는 마음을 나누고 실수를 하면서 노력하고 성숙해지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동아리 학생들에게 봉사를 가기 전 언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한다.

홍도화 원장은 "10대가 쓰는 인터넷 언어 등은 어른들이 알아듣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학생들에게 천천히 말할 것과 또래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지양할 것 등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2학년 이서인 양은 지난해 봉사활동에 처음 나설 때만 해도 힘들 줄 알고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이 양은 "인조머리를 만지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질하게 돼 손질하다 망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다"며 "한쪽 머리를 너무 짧게 잘라 당황한 적도 있지만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더 열심히 실습을 했다"고 말했다.

2학년 박수진 양은 "할머니들이 깔끔하고 적당하게 손질해 달라고 하면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실수를 해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신 어른들이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건네면 힘든 게 싹 사라진다"고 밝혔다.

이끌림 동아리가 봉사활동을 나갈 때면 학교 측은 대일밴드 등 구급상자를 준비한다. 가위에 손을 베는 학생들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손을 베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봉사를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학생들을 볼 때면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는 제자들의 모습에 교사들은 든든함을 느낀다.

미용에 흥미를 못 느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봉사를 다녀오면 얼굴이 밝아지기도 하고, 밤새 연습을 통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이 학교 교사들은 봉사만큼 더 좋은 교육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홍현표 교무부장은 "학생들이 봉사를 통해 소속감과 자신감을 갖게 되고,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보람이 있다는 것을 사실로 깨닫는다"며 "인모를 다루는 것과 사람 머리카락을 다루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만회할 수 없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새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니 봉사만큼 학생에게 더 좋은 교육은 없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