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신부, 보람이에게
5월의 신부, 보람이에게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1.04.2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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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심억수 <시인>

라일락꽃의 보랏빛 향기를 가진 딸 심보람아! 2011년 5월1일 싹을 틔우고 꽃이 피어나는 봄의 길목에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서게 되는구나.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옆에 두고 설렘과 기대와 두려움 앞에 서 있을 너에게 아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나 또한 가슴 벅차다.

이제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나 너희만의 보금자리를 꾸미고 가꾸며 한평생을 살아가야 한단다.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어려운 고비가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슬기롭게 잘 이겨 낼 거라고 아빠는 믿는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은 너의 남편 곽순혁임을 잊지 마라. 너의 중심에 남편을 두고 너는 그 기둥을 받쳐주는 슬기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사랑은 고유명사란다. 네가 사랑하는 한 남자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로 말미암아 너의 세계는 열리고 너는 행복을 느낄 것이며 그로 인하여 괴로워하며 슬픔도 생길 것이다.

아빠가 염려하는 것은 네가 그 사람이 유일하듯이 그도 너에게 유일해야 한다고 요구하게 될까 봐 걱정이란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게 갇혀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네 뜻대로만 살아가기를 요구하게 될까 봐 그게 걱정이란다.

부부는 꼭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같은 가치관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닮아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부부란다. 하나가 되기보다는 서로 다른 장점을 보태어 두 사람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그런 부부가 되어라. 흔들림 없는 사랑으로 서로의 모자라는 부분 채워가길 바란다. 너희는 그동안 다른 환경과 다른 가정에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다.

우화에 보면 푸른 초원에서 사자와 소가 사랑을 하게 되었단다. 소는 날마다 사자에게 깨끗하고 싱싱한 풀을 준비하여 정성으로 대접했단다. 사자는 소의 사랑을 알기에 할 수 없이 먹었단다. 사자는 소에게 날마다 고기를 구해서 먹게 했단다. 소도 사자의 사랑을 알기에 참고 먹었단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에게 해가 되어 결국은 소와 사자는 죽었단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상대에게 독이 될 수 있음을 늘 생각하길 바란다. 소와 사자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너에게 당부하고 싶구나. 사랑은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너의 부부 사이에 시냇물 하나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서로에게 은근히 스며들어 하나의 물길을 내어 함께 흐른다면 좋을 것이다. 흐르는 물에 걱정도 슬픔도 미움도 모두 흘려보내라. 날마다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함께 청정해진다면 좋겠다. 네 삶이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순탄하게 잘 흘러갔으면 참 좋겠다.

아빠는 믿는다. 너는 누구보다 슬기로운 사람이기에 잘해낼 거라고 확신한다. 하나 더 너에게 바란다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 세상 모두 따뜻해질 것이다. 너는 언제나 우리에게 사랑스럽고 예쁜 딸임을 잊지 마라. 아빠는 너의 뒤편에서 너를 응원하고 위로하며 손뼉을 칠 것이다. 네 뒤에는 엄마 아빠가 늘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말고 힘껏 네 생의 출발지에서 달릴 준비를 하기 바란다. 딸아! 네 손을 사위에게 넘겨주는 축복의 날을 기다리는 아빠도 지금 가슴이 뛰고 있단다. 사랑한다. 보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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