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오근장의 최후
“어머머! 참 이걸 어쩌나. 여자로서 몹시 쑥스럽고 부끄럽긴 하다만, 내 건강을 그토록 걱정해주고 위해주신다는데 협조를 안 해드릴 수도 없고. 하지만 우리 그이가 만약 이걸 본다면 과히 좋게 생각하시지는 않을 터인데….”여자는 이렇게 푸념 섞인 목소리로 잠시 중얼거렸다.
그러나 여자는 자기 딴엔 도저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푹 몰아내 쉬어가며 조금 전에 오므렸던 자기 두 허벅지 사이를 좌우로 천천히 다시 벌려댔다.
“우히히히…. 진작 그럴 것이지.”사내의 입이 또다시 함지박만큼 크게 벌어졌다.
“자, 빨리 내걸 가져다가 고이 맞춰주시게나.”사내가 자못 명령조로 다시 말했다.
“네에?”여자가 사내의 말 뜻이 대체 뭔지를 모르겠는듯 두 눈을 반짝 뜨며 쳐다보았다.
“풀칠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나 혼자만 뭐빠지게 고생할 수 있는가. 여자가 알아서 거들어줄 건 거들어 줘야지.”바로 이때, 여자의 두 눈이 고양이 눈처럼 갑자기 크게 떠지면서 동시에 입이 딱 벌어졌다.
키가 큰 장수 두릉과 창리가 별안간 모습을 나타내며 그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그녀 눈에 똑똑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 저, 저….”여자는 너무나 당황을 한 나머지 목소리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사내는 크게 화난 목소리로 여자에게 다시 소리쳤다.
“어허! 새삼스럽게 아무것도 안 해본 처녀처럼 내숭을 떨기는……. 그런다고 벌어진 밤송이가 다시 오무라 들기라도 하는가. 자! 자, 어서 빨리 알아서 갖다대줘요. 나 알고 보면 무척 바쁜 사람이야! 그곳에 빨리 풀칠을 하고 땜질을 해준 다음에 얼른 나가야지.”이때 장수 두릉이 갖고 있는 칼집 끝으로 사내의 뒤통수를 톡톡 건드렸다.
“아니 왜 남의 머리를 톡톡 때리우? 자, 어서 빨리! 뭘 그게 창피하고 쑥스럽다고……. 사내랑 배꼽을 어디 한두 번 맞춰봤나?”아직도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사내가 발끈 화를 내며 여자에게 다시 재촉해댔다.
너무 크게 놀란 나머지 말문이 탁 막혀버린 여자는 그저 부들부들 떨어대며 사내에게 간신히 손가락 짓을 해보였다.
“손가락을? 아니, 그럼 혹시 누가?”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사내는 고개를 슬며시 돌려보다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두 사람의 두 눈과 딱 마주치자 화들짝 크게 놀라버렸다.
“으아-악!”사내의 입에서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릉의 큼지막한 손이 그의 목덜미를 덥석 잡았다.
곧이어 그의 몸 전체가 위로 번쩍 들어 올려졌다.
“이놈! 네 놈이 뭔데 남의 마누라 X지에 함부로 침칠을 하고 풀칠을 해서 땜질을 해주겠다는 거냐. 응?”장수 두릉이 자기 손으로 번쩍 들어올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고깃덩어리 신세가 되어진 사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냅다 소릴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