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94>
궁보무사 <9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30 0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 오근장의 최후

“어머머! 참 이걸 어쩌나. 여자로서 몹시 쑥스럽고 부끄럽긴 하다만, 내 건강을 그토록 걱정해주고 위해주신다는데 협조를 안 해드릴 수도 없고. 하지만 우리 그이가 만약 이걸 본다면 과히 좋게 생각하시지는 않을 터인데….”여자는 이렇게 푸념 섞인 목소리로 잠시 중얼거렸다.

그러나 여자는 자기 딴엔 도저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푹 몰아내 쉬어가며 조금 전에 오므렸던 자기 두 허벅지 사이를 좌우로 천천히 다시 벌려댔다.

“우히히히…. 진작 그럴 것이지.”사내의 입이 또다시 함지박만큼 크게 벌어졌다.

“자, 빨리 내걸 가져다가 고이 맞춰주시게나.”사내가 자못 명령조로 다시 말했다.

“네에?”여자가 사내의 말 뜻이 대체 뭔지를 모르겠는듯 두 눈을 반짝 뜨며 쳐다보았다.

“풀칠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나 혼자만 뭐빠지게 고생할 수 있는가. 여자가 알아서 거들어줄 건 거들어 줘야지.”바로 이때, 여자의 두 눈이 고양이 눈처럼 갑자기 크게 떠지면서 동시에 입이 딱 벌어졌다.

키가 큰 장수 두릉과 창리가 별안간 모습을 나타내며 그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게 그녀 눈에 똑똑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 저, 저….”여자는 너무나 당황을 한 나머지 목소리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사내는 크게 화난 목소리로 여자에게 다시 소리쳤다.

“어허! 새삼스럽게 아무것도 안 해본 처녀처럼 내숭을 떨기는……. 그런다고 벌어진 밤송이가 다시 오무라 들기라도 하는가. 자! 자, 어서 빨리 알아서 갖다대줘요. 나 알고 보면 무척 바쁜 사람이야! 그곳에 빨리 풀칠을 하고 땜질을 해준 다음에 얼른 나가야지.”이때 장수 두릉이 갖고 있는 칼집 끝으로 사내의 뒤통수를 톡톡 건드렸다.

“아니 왜 남의 머리를 톡톡 때리우? 자, 어서 빨리! 뭘 그게 창피하고 쑥스럽다고……. 사내랑 배꼽을 어디 한두 번 맞춰봤나?”아직도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사내가 발끈 화를 내며 여자에게 다시 재촉해댔다.

너무 크게 놀란 나머지 말문이 탁 막혀버린 여자는 그저 부들부들 떨어대며 사내에게 간신히 손가락 짓을 해보였다.

“손가락을? 아니, 그럼 혹시 누가?”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사내는 고개를 슬며시 돌려보다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두 사람의 두 눈과 딱 마주치자 화들짝 크게 놀라버렸다.

“으아-악!”사내의 입에서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릉의 큼지막한 손이 그의 목덜미를 덥석 잡았다.

곧이어 그의 몸 전체가 위로 번쩍 들어 올려졌다.

“이놈! 네 놈이 뭔데 남의 마누라 X지에 함부로 침칠을 하고 풀칠을 해서 땜질을 해주겠다는 거냐. 응?”장수 두릉이 자기 손으로 번쩍 들어올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고깃덩어리 신세가 되어진 사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냅다 소릴 질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