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님 보금자리 찾도록 도와주세요"
"군수님 보금자리 찾도록 도와주세요"
  • 정봉길 기자
  • 승인 2011.04.19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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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학교 졸업생 '그룹 홈'
<오늘은 제 31회 장애인의 날>

교사 2명 장애인 5명과 관사생활

단양군 노인시설 계획… 퇴거 통보

거주지·의료비 걱정에 '발만 동동'

"군수님 저희들이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봄 기운이 완연한 지난 18일 청암학교 졸업생들의 그룹홈이 꾸려진 단양군 대강면 옛 황정초교 관사에는 아침을 맞기 위해 분주하다. 이 '그룹 홈'은 생활교사 2명과 5명의 남자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아침 6시쯤이면 어김없이 자기분담을 맡고 맡은 일을 처리한다. 빨래를 담당하는 김기범씨(33), 방 청소는 심범석씨(33), 염소 먹이 제공은 박성은씨(30).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조만간 8년간 살았던 이 보금자리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제천시 정신지체 생활시설인 '세하의 집'에서 분리돼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2004년. 단양교육청의 소유로 돼 있는 이 학교와 관사를 2010년 단양군이 매입하면서 문제가 됐다.

군은 이곳에 노인들을 위한 '다사랑 노인시설'을 짓겠다고 계획하고 지난달 '관사'를 제외한 황정초교를 모두 철거했다. 또 '관사'를 요양시설 관리자들의 숙소로 만들 구상으로, 이들에게 퇴거조치를 통보했다.

군은 현재 자진퇴거하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강제집행 예고를 보낸 상태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곳으로 갈 경우,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또 장애인이란 인식과 주위의 땅값, 이미지 문제 등으로 집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으며, 관사가 낡아 그룹홈으로 생활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생활할 수 있는 부지를 알아 봤지만, 주민들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여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해 콩을 심어 메주를 만들고, 된장을 생산해 주문이 들어오면 판매도 했다. 주말이면, 다 같이 모여 예배를 보는 시간도 갖는다.

범석씨는 주말이 제일 좋다. 남들에게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양복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한때 댄스그룹 '세하HOT'로 활동했던 범석씨는 이 '그룹 홈'에서 반장을 맡고 있다. 범석씨는 미모가 뛰어난 여교사를 은근히 좋아하며, 사진 한 번 찍는 것을 소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교사는 사진찍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깔끔이란 별명을 가진 성은씨는 8마리의 염소를 책임지는 관리자다. 성은씨는 동물 중에서 아무것이나 잘 먹는 염소가 제일 좋기 때문이다.

심씨는 "8년 동안 이곳에서 살면서 황정교회 목사님과 보건지소장님과 많은 정이 들었다"면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그룹 홈이란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정신지체인들이 생활지도교사들의 보호와 관리를 받으며 공동으로 생활하는 곳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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