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 명 없는 위원회의 결정은...
여성 한 명 없는 위원회의 결정은...
  • 김 명 신 <논설위원·청원 옥포초교사>
  • 승인 2006.05.26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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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충북도청에서는 소청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지난해 성추행 사건으로 해임되었던 전 영동부군수 김동윤씨가 제기한 소청심사에서 소청심사위원회는 해임에서 ‘정직 2개월’로 감경조치 하였다.

이는 괴산의 성추행 사회복지 공무원의 정직 3개월에도 미치지 못하는 징계를 받은 것으로 고위공직자는 지속적인 성추행과 조직적인 2차 가해를 해도, 말단의 공무원에 비해 가벼운 징계를 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 되었다.

이것이 공직사회 내 미칠 악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그다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들리는 말로는 감경의 요인은 세 가지였다고 한다.

첫째 40여 년간 공직생활을 대과 없이 수행한 점, 둘째 성추행 사건이 1년 6개월 지난 일이었고, 셋째 그 행위가 경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황당한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은 무엇보다 소청심사위원 전원이 남성이라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청렴위원회에서는 위원회 구성시 여성위원의 비율을 2002년 30%에서 해마다 2%씩 상향하여 2006년인 올해는 38%를 여성위원으로 구성하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항의하자 도청에서는 소청심사위원회의 자격이 법관·검사 또는 변호사이거나, 대학에서 법률학을 담당하는 부교수 이상의 직에 있고, 도청 국장급 이상의 직위를 갖춘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러한 요건을 갖춘 여성이 도내에 없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충북 전체에서 소청심사위원회의 자격을 갖춘 여성이 1명도 없다는 것은 우리지역에서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면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여성참여를 위한 조건을 정비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이원종 도지사의 성평등 의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 수 있는 사례다.

더욱이 이원종 도지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 앞에서 ‘조직에서 보호할 가치가 없다’며 공직배제 의지를 밝혔고, 홍미영 의원의 구제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 했던 적이 있다.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은 국민전체에 대한 약속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원종 도지사는 자신의 결정이 아니라 소청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므로 자신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위원회 운영 관행으로 볼 때 도의 의지를 벗어난 결정이 있었던 적이 없고, 당연직으로 기획관리실장 등 도청 공문원이 세 명이나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이번 결정은 전적으로 이원종 도지사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대책위는 이원종 도지사가 소청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재의결을 요구하거나, 행정소송을 통해 소청심사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번 소청심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지방변호사회 회장이나, 지역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학과 교수들의 성평등 의식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단지 공무원뿐만 아니라, 위원회 구성원들에 대한 성평등 교육도 요구하고 있다.

소청심사위원회가 열린 시간에 같은 건물 아래층에서는 5급 이상 관리자 성희롱예방교육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교육보다 소청심사위원회의 바른 결정이 더 효과적인 교육이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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